트럼프가 귀환했다. 미국 대선이 초접전 예상을 깨고 개표 초반에 공화당 트럼프 쪽으로 승부가 기울었다. 경합주는 물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과 같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블루월'(Blue Wall)까지 붕괴하면서 승부는 싱겁게 끝난 것이다. 그리고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함으로써 견제 받지 않는 강력한 행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신속하고 치밀한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당장 경제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일자리 회복을 위해 보호무역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은 대미 무역에서 연간 400억 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에 대비한 통상전략이 필요하다.
방위분담금도 증액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을 부자 나라로 간주하고 있는 트럼프는 현재 1.3조원의 분담금을 13조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공언해왔다. 또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과 확장억제 수단에 대한 비용도 다시 청구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용 청구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하면 미군 철수나 파견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 한미 동맹도 가치연대가 아니라 철저한 실용주의 정책에 따른 '거래'가 될 것이다.
북핵 문제의 해법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로 갈등의 심화를 방지하는 소극적 정책을 펼쳤지만,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 추진 등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우려스러운 일은 직접 협상으로 종전협정을 타진하고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는 전략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협력하되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남북 관계의 경색으로 지렛대가 마땅치 않다. 자칫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소외되거나 우리 안보상황을 미국이 주도하는 역설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전쟁을 24시간 내에 중단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200조원 이상의 전비를 지원해 왔지만 지원은 대폭 축소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이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살상무기 지원 검토, 참관단 파견 등 지원 정책을 검토해왔는데 이는 트럼프의 전쟁 종식 전략과 배치되는 방향이다. 지금은 우리도 출구전략을 구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