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지난 해에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통화를 계속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당선 이후에도 연락이 왔다"면서 이후에는 연락을 끊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한 명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2년 연말과 지난해에는 대통령 부부와 연락을 했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계속 통화를 했는데 통화를 안 했다고 하면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측근에게 '대통령과의 중요 녹취 2개가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2개밖에 없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여운을 남겼다. 녹취를 더 많이 갖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명씨의 진술은 윤 대통령의 해명과 다르다. 다만 김 여사와 명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제가 취임한 뒤로 몇 차례 일상적인 문자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하긴 했다. 전후 맥락 없이 명씨 말이 맞는지, 대통령 해명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판정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 주 대통령 기자회견으로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두고 "거짓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주장을 반박할 추가 녹취 공개를 시사하고 있다.
국정이 언제까지 명씨의 녹취 파일에 의해 출렁일 건가. 민주당도 제보된 녹취 파일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공개함으로써 민주당 주장대로 윤 대통령의 해명이 틀렸다는 걸 입증해 보이면 된다. 윤 대통령은 이미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민주당은 정치공세 차원에서 무조건 윤 대통령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만 할 일이 아니다. 진실을 밝히는 문제와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문제는 다르다.
대통령실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게 입증되면 국민에게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언제까지 대통령 부부와 일개 정치 브로커와의 통화 내용을 가지고 여야가 핑퐁 게임을 하겠다는 건가. 윤 대통령이 특검의 위헌성까지 거론한 마당에서 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통과시키더라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리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이 악순환을 끊자면 여당도 무조건 대통령 부부 방탄에만 나설 일이 아니다. 양대 정당의 수장에 대한 방탄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