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협의체가 11일 출범했다. 2월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불거진 지 9개월 만이다. 하지만 여야의정협의체라는 이름과 달리 야당과 전공의 단체 등이 참여하지 않아 일단 반쪽으로 출발했다. 여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3선 이만희·김성원 의원과 의사 출신 초선 한지아 의원이 참여했다. 의료계에서는 단 두 곳,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종태 이사장이 합류한 상태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 협의체는 의제 제한 없이 의대 정원, 전공의 처우개선, 필수·지역의료 활성화 등 현안들을 논의한다.
출범식 후 열린 1차 회의에서 한동훈 대표는 "협의체의 합의가 곧 정책이 될 것"이라며 무게감을 실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정부·여당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갈등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질 높은 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협의체는 운영 기한을 오는 12월 말까지로 정하고 매주 두 차례 회의를 연다. 협의체는 "가능한 12월 22~23일 그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서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협의체의 적극적인 사태 해결 의지로 읽힌다.
관건은 사태의 당사자인 의료계의 폭넓은 참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의견반영 없이 의미 있는 합의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그동안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아 왔다. 하지만 임현택 의협 회장 탄핵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의협은 의료계 유일한 법정단체인 만큼 대표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대화국면의 핵심 변수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의협은 전공의와 연대해 테이블에 함께 앉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협의체 구성을 가장 먼저 제안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조건 없는 의대생 자율 휴학' 승인 등 현장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수능이 목전인 만큼 의료계도 현실적인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 협의체를 의료계의 주장과 요구를 관철시킬 도구로 활용해야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야당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에 정치 논리를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책임 있는 대화의 기본자세는 역지사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