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 저하땐 입맛 없어지고 기운 달려… 작년 국내 109만명 내원

특별한 요인 없는 '일차성' 불면증… 타 질환 동반되는 '이차성' 분류
수면다원검사 등 활용, 장기화땐 약물치료… 술은 깊은 잠 방해 위험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심신에 병이 생길 수 있다.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 등으로 젊은층도 불면증에 많이 시달린다.

하룻밤만 잠을 설쳐도 다음날 입맛이 없고 기운이 달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이후 연평균 약 7~8%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109만8천819명에 달했다. 불면증이 이제는 많은 현대인들이 겪는 질병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는 "불면증은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해 각성 상태에 있거나, 잠을 자더라도 그 시간이 매우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며 "오랜 시간 깨어 있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제때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잠이 들어도 곧 깨어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즉,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증상은 입면장애(쉽게 잠들지 못하는 증상), 수면유지장애(잠에서 자주 깨는 증상), 조기각성장애(일찍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증상) 등이다.

불면증의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김 교수는 "첫째는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발생하는 '일차성 불면증', 둘째는 다른 질환과 동반되는 '이차성 불면증'으로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치매, 파킨슨병 같은 신경과 질환과 함께 나타난다"며 "수면 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갑상선 기능 항진증 등도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불면증 치료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면 증상 척도와 수면다원검사 등이 활용된다. 불면증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수면유도제와 같은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잠을 꼭 자야겠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버리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에 집중하면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반신욕·족욕 등도 좋다. 숙면을 돕는 음식으로는 우유, 상추, 호두, 바나나, 양파, 연근, 오메가3 등이 있다. 술은 일시적으로 잠에 들게 해도 깊은 잠을 방해한다.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위험도 크다. 커피 등 카페인 섭취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불면증은 단순히 잠을 못 자는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다"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스스로의 노력도 병행한다면 불면증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미드저니 이미지 재가공

● 김원형 교수가 권하는 '수면 위생법'

①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기
②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조절하기
③ 낮잠을 피하고, 낮잠을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짧게 자기
④ 낮에 40분 가량 땀날 정도의 운동하기(늦은 밤 운동은 피하기)
⑤ 카페인 함유 음식, 알코올, 니코틴 피하기
⑥ 자기 전 과식 피하고 적당한 수분 섭취하기
⑦ 수면제의 일상적 사용 피하기
⑧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법 배우기
⑨ 잠자리에서 독서나 TV 시청을 피하기
⑩ 20분 이내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일어나 이완 후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