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밸리에 이어 고양시의 또 다른 주요 도시개발사업인 고양방송영상밸리가 한없이 지체될 위기에 처했다. 고양시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갈등 때문이다. 고양방송영상밸리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 70만2천㎡에 방송시설과 주택(3천780세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고양시가 GH의 토지공급계획을 가로막아 사업은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갈등의 원인은 고양시의 사업계획 변경 요구다. 당초 계획인 주거:상업시설 용지 비율을 9:1에서 7:3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명분은 있다. 베드타운 도시인 고양시의 자족기능 강화다. 명분은 좋은데 때를 놓쳤다. 사업 계획은 2019년 모든 행정절차를 마쳤다. 사업의 인허가권을 쥔 고양시의 요구는 이때 담아야 했다. 사업의 본격화 단계인 토지공급계획을 막고 요구하니 억지와 몽니가 됐다.
사업의 계획단계와 진행단계 사이에 시장이 교체됐고 당적도 다르다. 사업의 가치와 효용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고, 현 시장이 자신의 시정 방침에 따라 사업의 조정을 시도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면 방식은 설득과 협의여야 맞다. 인허가권으로 개발계획 자체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공공기관 사이의 신의칙에 위배된다.
고양시장은 경기도가 K-컬처밸리 민간사업자와 맺은 기본협약을 백지화하자 강력하게 성토했다. 숙원사업의 지체에 분노한 100만 고양시민들을 대변한 성토였을 것이다. 맞다. 민간사업의 공영화는 계획 변경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체되는 동안 토지 수요가 사라지면 사업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K-컬처밸리 사업의 원상복구 여론이 여전한 이유다.
K-컬처밸리 지체에 분통을 터트린 고양시장이 영상밸리를 지체시킨다. 지체할수록 토지 수요는 사라진다. GH의 사업성도 떨어질 것이다. 사업의 내실을 원하는 고양시의 요구와 달리 사업이 부실해질 수 있다. 고양시 도의원들이 고양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촉구하고 GH가 검토를 시사하기에 이른 배경이다. 지도를 보면 고양방송영상밸리, K-컬처밸리, 장항지구, 일산테크노밸리가 한 덩어리다. K-컬처밸리는 경기도의 CJ 관리실패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영상밸리는 고양시의 뒷북 행정으로 2년째 지체 중이다. 도의회에서 거론한 대로 소송으로 비화하면 사업은 끝장난다. 자족기능 향상을 위한 고양시의 대표적인 도시개발사업들이 행정 리스크에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