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와이파이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전국의 버스터미널, 역, 도서관, 주민센터, 공원 등의 공공와이파이는 시군 등이 설치한 것과 정부가 설치한 것으로 구분되는데 설치 주체가 유지·관리까지 책임을 진다. 그런데 정부의 공공와이파이 예산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인터넷 인프라 확대구축 사업(공공장소 무료 와이파이 구축사업)'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예산이 3억9천600만원으로 지난해(128억2천100만원)에 비해 대폭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엔 이마저도 전무하다.
정통부는 무선인터넷 인프라 구축 사업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계획한 당초 목표 4.1만 개소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정부 사업이 올해로 끝남에 따라 앞으로 공공장소 무료 와이파이 신규 설치와 노후 장비 교체 등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경기도 내 9천916개의 공공와이파이 중 내년에 내구연한이 도래하는 공공와이파이는 1천736개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에서 가장 많다. 이는 정부 사업으로 추진된 수치로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자체 설치한 것까지 합치면 노후 공공와이파이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공공와이파이를 교체하려면 1곳에 300만∼400만원(광케이블, 장비, 인건비)이 소요되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엔 부담이다. 도내 한 지자체 담당자는 "지난해에 예산이 삭감돼서 올해는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격차 해소와 통신비 절감 목적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국책사업을 재정 여력이 천차만별인 지자체들에 떠넘기게 되면 앞으로는 계층간, 지역간 디지털 격차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은 가계 통신비 인하를 통한 '민생 살리기'의 일환으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약속했다. 단통법(2014년 10월 시행) 이전에는 무료 폰이나 저가 단말기 제공이 많았으나 현재는 단말기 값이 60만∼70만원이다.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있어 단통법 폐지가 시급하나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과 관련, 국회와의 갈등으로 지지부진하다.
이통3사의 담합 혐의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간의 대립도 목불인견인데 공공와이파이 사업까지 지자체에 떠넘겼다. 실망스러운 정부의 갈지자 통신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