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7시께 수원시 영통구 태장고등학교 앞.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기 위해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발걸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문 앞 도로에는 수험생 자녀들을 데려다주는 학부모들의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긴장되는 마음에 전날 잠을 설쳤다던 수험생 박리정(19)양은 “지금도 많이 떨린다”면서도 “영어만큼은 계속 1등급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남편과 함께 딸을 배웅하러 온 신미림(47)씨는 “어제부터 긴장돼 잠도 잘 못 잤다. 딸보다 더 긴장하는 것 같다”며 “딸이 재수생인데 마음 편히 시험을 보고 오라고 말했다”고 했다. 시험장에 들어서는 자녀를 바라보던 김모(60)씨는 “긴장하지 말고 되는 대로 보고 오라고 말해줬다”면서 “수능 끝난 딸과 겨울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학교 앞으로 속속 도착한 수험생들은 무거운 책가방을 멘 채 부모님이 싸준 도시락을 들고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다소 긴장한 얼굴의 수험생부터 웃으며 씩씩하게 학교 안으로 향하는 수험생까지 결전에 나서는 수험생들의 표정은 저마다 다양했다.
생명공학과와 신소재공학과에 진학을 희망하는 최혜원(19)양은 “수능 당일엔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더 떨리는 것 같다”며 “어머니가 싸준 찌개랑 반찬을 먹고 힘내서 시험을 잘 보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청명고에 재학 중인 박세연(19)양은 “오늘 끝난다고 생각하니 실감은 나지 않지만 마음은 편하다”면서 “조경학과에 가길 바라는 만큼 생명과학만은 꼭 잘 보고 싶다”며 웃음을 보였다.
같은 시간 수원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도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가족과 후배들로 북적였다.
학부모들은 시험장에 나서는 자녀를 한참 바라보며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했다. 자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도 있었다.
재수생인 아들을 응원하러 왔다는 조모(51)씨는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자녀가 평소 좋아하던 떡갈비와 소고기뭇국을 싸줬다”며 “두 번째 치르는 수능이지만 웃으면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시험장 앞에는 수험생 선배를 응원하기 위해서나, 수능 분위기를 경험하러 온 이들도 있었다. 권선고에 재학 중인 김모(18)씨는 “시험을 보는 학생회 선배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평소 공부를 잘하는 언니라 걱정하지 않는다”고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효원고에 다니는 강모(18)군은 “선배들이 수능을 치르는 모습을 보고 동기부여를 받으려고 왔다”며 ”수능 열기를 느끼고 내일부터 열심히 공부해 내후년에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입실 마감 시간인 오전 8시10분에 임박하자, 차와 택시 등에서 바삐 내리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수원중부경찰서 순찰차를 타고 도착해 시험장으로 급하게 뛰어가는 학생도 있었다.
한편 이날 경기도교육청의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접속에 한때 장애가 발생했다. 오전 7시께 나이스 접속이 안 된다는 신고가 처음 들어온 뒤 도교육청이 복구에 나서 1시간여 만인 오전 8시20분께 복구를 완료했다. 도교육청은 우회 접속이 가능한 시스템을 시험장에 안내하고, 임시 신분증 대용 서류 발급을 하도록 해 수능에는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경기지역 시험장은 19개 시험지구에서 344개교에 5천946개실이 운영된다. 올해 수능 응시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1만8천82명 많은 52만2천670명이다. 경기지역에서는 15만3천600명이 응시한다. 지난해 14만6천122명보다 7천478명(5.1%) 늘었다. 경기지역 고사장은 344개교 5천946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