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참성단-실패의굴레

프로 스포츠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격차는 엄청나다. 주류엔 미디어의 관심, 대중의 지지, 자본이 몰린다. 유럽 프로축구는 구단을 주류와 비주류로 나눈다.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라리가 등 각국 1부 리그 구단이 지배하는 축구시장의 규모는 하위 리그 구단 전체의 합을 압도한다. 1부 리그 하위팀과 2부 리그 상위팀의 승강전이 사생결단인 배경이다.

K리그도 2012년 승강전 도입으로 프로 스포츠의 흥행이 살아났다. 올 시즌엔 시민구단 FC안양이 창단 11년 만에 K2리그 우승으로 K1리그에 직행했다. 덕분에 K1리그의 전설적 매치였던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안양LG치타스의 ‘지지대 더비’가 시민구단인 수원FC와 FC안양의 대결로 복원됐다. 두 도시 팬들은 벌써부터 설렌다. 안양 축구팬들은 안양을 버리고 서울로 연고를 옮긴 FC서울을 겨냥한 FC안양의 북벌에도 열광할 테다.

강등의 그림자도 짙다. 지난해 K리그 최고의 명문팀인 수원삼성블루윙즈가 28년 만에 K2리그로 떨어졌다. 2014년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하락세를 탄 ‘레알 삼성’이 결국 비주류 리그로 낙하한 것이다. 절치부심을 기대했던 팬들의 염원과 달리 K2리그에서조차 6위에 그쳤다. 2021년 꼴찌로 K2리그로 떨어졌다가 역대 최고 승률로 다음 해 K1리그에 복귀한 광주FC의 금의환향과 대비된다.

상위효과라는 사회학 용어가 있다. 성공이 성공을 부르고 실패가 실패를 부른다는 경험칙이다. 한 번 실패에 좌절하고 체념하면 실패의 굴레에 빠져 영원한 비주류로 전락한다. 프로 스포츠 최고인 블루윙즈 팬덤의 가장 두려운 악몽은 수원삼성이 K2에 익숙해지는 장면일 테다. 올 시즌 K2리그로 강등된 인천유나이티드가 유념할 대목이다.

프로 스포츠만의 얘기가 아니다. 삼성전자도 AI반도체 시장 예측에 실패해 10만전자는커녕 5만전자 방어에 급급하다. 선대 회장 이건희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혁신 없이는 실패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 그래도 정치가 최악이다. 세계적인 한류 확산에 차오른 ‘국뽕’이 매일 실패하는 정치에 이르면 국민적 좌절로 변한다. 보수는 박정희의 업적을, 진보는 김대중의 유산을 팽개친 채 하수도 정치의 싱크홀로 경제와 민주를 삼킨다. K리그엔 승강전이라도 있지만, 기업과 국가에겐 그마저 없다. 보통 큰일이 아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