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반바퀴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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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반바퀴 혁명 지면기사

    제주도 도동리 양관식이 아버지, 할머니와 겸상하던 밥상에서 어머니와 아내 오애순과 딸 양금명의 밥상으로 밥주발을 들고 돌아앉았다. 양관식은 유교적 규범, 제주도에서 유별났던 남존여비 가부장 문화에 등을 돌렸다. 훗날 딸 금명은 상견례에서 예비 시부모에게 숭늉을 떠주면서 ‘그 시절 아빠의 반바퀴가 혁명’이었음을 깨닫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한 장면이다. 혁명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그런데 한바퀴 돌면 바꿀 수 없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탄생한 제1공화국은 왕정에 버금가는 반혁명 전체주의로 나폴레옹의 제정을 열었다.

  • [참성단] 서해수호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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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서해수호 영웅들 지면기사

    2002년 6월 29일, 한일월드컵 4강전이 열리는 날 아침이었다.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남북 간 충돌이 일어났다. 북한 함정이 NLL(서해북방한계선)을 침범해 우리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정을 공격했다. 함포·기관포를 주고받는 치열한 격전으로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 등 6명이 전사했다. 북한군도 13명 사망, 25명 중상으로 피해가 컸다. 국방부는 2008년 4월 서해교전에서 ‘제2연평해전’으로 명명했다. 2010년 3월 26일 고요한 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업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이 침몰했다.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

  • [참성단] 환갑의 산불진화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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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환갑의 산불진화대원 지면기사

    도깨비불이 날아다니고, 능선을 따라 불길이 무섭게 번졌다. 신라고찰은 전소됐고, 마을은 화마에 포위돼 잿더미가 됐다. 신목으로 여기던 900살 은행나무도 까맣게 탔다. 화마는 주택·창고·공장 가릴 것 없이 모조리 삼켰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 이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등 23일 하루에만 31건에 달한다. 경기·인천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평·여주·화성·동두천·연천·인천 경서동 야산 등 곳곳에서 불이 났다. ‘초여름 같은 봄날씨’ 예보는 불길했다. 봄철에는 한반도 남쪽에

  • [참성단] 갈등 유발자 정당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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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갈등 유발자 정당 현수막 지면기사

    야당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이란 현수막을 붙이니 여당에서는 ‘내전선동 이재명 즉각 퇴출’이란 내용으로 반격했다. 거리 곳곳에 나붙은 정당 현수막이 가뜩이나 양쪽으로 쪼개져 싸우는 국민 갈등을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당 현수막이 거기 적힌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홧김에 정당 현수막을 훼손했다가 경찰 수사를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정당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에 정해진 허가·신고, 금지·제한

  • [참성단] ‘민감국가’의 ‘사법 슈퍼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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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민감국가’의 ‘사법 슈퍼위크’ 지면기사

    지난 주말 안덕근 산업부장관이 미국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만났다.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 후보국으로 올린 미 에너지부의 결정을 바꾸기 위한 회담이었다.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에 한국에선 자초지종을 살필 겨를 없이 난리가 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핵무장론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친중·반미 노선과 줄탄핵을 원인이라 과장했다. 현상 파악과 대응에 육하원칙이 사라진 정치에 나라의 격이 무너졌다. 미국은 ‘민감국가’에 민감한 한국의 호들갑에 놀란 표정이다.

  • [참성단] 생계형 절도
    참성단

    [참성단] 생계형 절도 지면기사

    지난 2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맨홀에 빠진 페루 여성의 영상이 해외토픽을 장식했다. 일주일 전 도둑들이 철제 맨홀뚜껑을 훔쳐가는 바람에 나무뚜껑을 임시로 덮어놓아 발생한 사고였다. 다행히 사다리로 여성을 구조했지만, 하마터면 생사람을 잡을뻔했다. 2000년대 한국에서도 경기불황 때마다 유사 범죄가 빈발했다. 맨홀 뚜껑은 물론이고 가로수 보호용 철제 덮개와 등산로 펜스도 표적이 됐다. 밤새 학교 교문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소방호스에 달린 구리도 손을 탔다. 유가가 치솟으면 화물차 연료 도둑이 기승을 부렸고, 차주들은 연료통에 자물쇠를

  • [참성단] 양주 회암사지(檜巖寺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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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양주 회암사지(檜巖寺址) 지면기사

    회암사(檜巖寺)는 시종의 기록이 없는데 역사에 남긴 자취는 화려하다. 국가유산청 공식기록은 1328년 인도 승려 지공이 처음 지은 절이라 했지만, 동국여지승람은 고려 명종 4년(1174년)의 기록으로 천년 고찰의 근거를 남겼다. 지공은 중창의 주역으로 회암사는 인도-원-고려로 이어진 동아시아 불교 교류의 상징적 증거다. 목은 이색은 회암사를 “아름답고 화려하고 장엄하기가 동방에서 최고”라 했다. 회암사 중창은 불심으로 나라를 일으키려는 고려 왕조의 국책사업이었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한 뒤에도 태조 이성계 덕분에 회암사는 숭유

  • [참성단] “사즉생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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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사즉생 삼성” 지면기사

    위기의 삼성이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같은 AI(인공지능) 반도체 대응에 실기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위기감은 여러 지표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TV, 스마트폰, D램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동반 하락했다. 1년 만에 TV는 30.1%에서 28.3%로, 스마트폰은 19.7%에서 18.3%로, D램 점유율도 42.2%에서 41.5%로 미끄러졌다. 국민주식이던 삼성전자의 주가도 흔들렸다. ‘n만전자’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를 주문했다. 전 계열사 임원 2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삼성다움 복원

  • [참성단] 그 이름, 청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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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그 이름, 청라 지면기사

    사람들은 무언가에 이름을 붙일 때 그에 걸맞은 뜻을 담아내려 애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래 왔다. 우리 옛 선비들은 명(名), 자(字), 호(號), 이렇게 세 가지나 되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추사 김정희의 경우 호가 300개가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름 짓기는 의미 부여의 과정이다. 인천광역시 서구가 검단구와 분리되면서 새로운 구(區) 명칭을 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진통이 여간 큰 게 아닌 모양이다. 서구의 개명 과정이 시끄러운 이유는 ‘청라’에 있다. 구민 여론조사에서는 ‘청라구’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는데, 정작 청라지역 일부

  • [참성단] 탄핵광장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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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탄핵광장의 오류 지면기사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후 도널드 트럼프에 베팅했던 익명의 도박사가 4천800만 달러를 땄다. 온라인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서 벌어진 대박이다. 영국인들은 온라인 베팅업체 ‘베트페어 익스체인지’에서 미국 대선 때마다 수천억원의 판돈을 걸고 도박판을 벌인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에게 90% 이상의 판돈을 걸어 도박 사이트 배당률을 대선 승패의 가늠자로 격상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국제적인 내깃거리가 됐다. 폴리마켓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철회(당)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5일 7개의 베팅을 개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