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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달빛어린이병원 지면기사
대부분의 부모들은 늦은 밤 자녀가 고열에 울음을 터뜨려 마음 졸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황급히 응급실을 찾아가도 장시간 대기 끝에 겨우 진료를 받는다. 밤새 꼬박 아이를 달래다가 소아과 오픈런은 예사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낮이고 밤이고 소아과와 응급실 단골이 되는 게 현실이다.달빛어린이병원(이하 달빛병원)은 1년 365일 평일 밤 11시, 주말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만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경증 환자가 전문의의 신속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 2014년 첫 도입 당시 동네 병·의원들의 수익성 악화 등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전국 35곳이었던 달빛병원은 영역 확장 중이다. 올해 11월 현재 전국 100곳으로, 경기 28곳·인천 7곳·서울 14곳이 지정되어 있다. 병원 수가 늘면서 수혜 지역은 넓어졌지만 특정 지역에 집중된 점은 아쉽다. 경기지역만 봐도 수원·고양·의정부·화성 등 인구밀집 도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응급실을 찾은 소아경증 환자(2021년 기준)는 전체 연령에서 약 15%를 차지한다. 응급실은 아무래도 위중환자가 많다 보니 소아경증 환자는 진료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이것저것 검사할 것이 많아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와중에 달빛병원은 한줄기 빛이다. 특히 맞벌이 부모들은 퇴근 후 아이와 가까운 병원에서 늦은 시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정부는 달빛병원에 진료 시간에 따라 연간 최소 3천만원에서 최대 4억3천200만원 가량의 운영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월부터 상·하반기로 나눠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국비 50%+지방비 50% 매칭이라 지역마다 지급 시기가 제각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환아 수가 적은 일부 병원은 지정만 받아놓고 반쪽 운영을 한다. 기약 없는 보조금 지급에 지정 반납까지 고민하는 곳도 있다. 문을 열수록 적자라는 현장의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한국이 세계 최초로 인구 소멸을 맞이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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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약과(藥果) 원조 논란 지면기사
1990년대 초 아테네 출장 때다. 굵고 기다란 쇠꼬챙이에 겹겹이 꽂아 쌓은 거대한 고기더미를 숯불에 굽고 있는 노포 앞에 발걸음이 절로 멈췄다. 주인장이 장검으로 훑어내린 고기 조각들을 빵에 채워 건넸다. 저렴해서 반가웠고, 맛이 기막혀 뒤로 넘어갔다. 30여년 전 늦저녁 아테네 노포에서 만난 그리스 케밥 수블라키는 지금도 파르테논 만큼이나 강렬하다.튀르키예와 독일의 '케밥-되너 전쟁'이 진지하다. '되너'는 독일에 정착한 튀르키예 이주자들이 독일 식재료로 만든 케밥이다. 반세기가 지나면서 독일의 국민음식 반열에 올랐고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케밥 원조국을 자처하는 튀르키예가 유럽연합(EU)에 되너를 튀르키예 전통 특산품으로 보호해달라고 신청했다. 유럽의 되너 매출액이 맥도날드를 압도하는 상황을 방치하면 '케밥'이 사라지고 '되너'만 남을까봐서다.독일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베를린에서 시작된 되너는 독일 국민이 작명한 고유의 음식이니 튀르키예가 간섭할 이유가 없단다. EU가 튀르키예 편에 서면 되너는 케밥의 표준 레시피를 따라야 한다니, 독일이 수용할리 없다. 동양의 한 이방인에게 그리스 수블라키가 최고의 케밥이었던 것처럼, 되너와 케밥은 두 나라 국민의 영혼이 깃든 문화적 정수다. 영혼과 문화는 계량할 방법이 없다. EU의 판단으로 케밥-되너 전쟁이 종결될지 의문이다.전통간식 약과가 원조논란에 휩싸였다. 의정부 '장인한과'는 약과로 유명했다. 60대 한과 장인 A씨가 20년 이상 공들인 약과는 시장에서 명품 대접을 받았다. 2년 전 동업제의를 받고, '장인, 더'라는 유통업체에 약과를 독점 공급했다. 동업이 깨졌다. '장인, 더'는 A씨와의 납품 계약을 종료하고 직접 약과를 생산했다.A씨가 '장인, 더'의 B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자신이 납품한 약과를 B씨가 '장인, 더'의 약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장인, 더'는 동업 파기 후 '20년 전통'이라는 홍보 문구를 삭제했으니 문제 없다지만, 2년 전 설립한 '장인, 더'의 홈페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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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젊은 당뇨 지면기사
"주상의 체통은 중대하나 내일은 주상과 더불어 노상왕을 모시고 동쪽 교외 광진(廣津)에 가고자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태종이 아들인 주상 세종의 건강을 걱정해 거둥(擧動·임금의 나들이) 할 뜻을 밝힌 기록이 남아있다. 세종은 당뇨 증상인 소갈증(消渴症)과 비만에 시달렸다. 육류 위주의 수라를 즐기고 책상 앞에서 독서와 연구에 몰두한 탓이다. 물을 많이 마셔도 소변이 적게 나오는 것이 소갈인데, 당시 양반들이 많이 앓았다. 과거 왕이나 고위 관료들이 즐겼던 고지방·고열량 식습관을 현대인이 누리다 보니 당뇨병은 한때 '부자병'이라고 불린 적도 있었다.당뇨병은 체내 혈당이 높아서 소변으로 포도당이 넘쳐 나오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라 불리는 '2형 당뇨'는 식단 불균형이나 스트레스·운동 부족 등과 연관돼 있다. 하지만 1형 당뇨는 완전히 다르다. 체내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파괴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11월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을 앞두고 대한당뇨병학회가 '당뇨병 팩트시트 2024'를 공개했다. 국내 19~39세 청년 인구의 2.2%인 30만8천명을 당뇨병 환자로 추산했다. 30대 환자는 22만8천명, 20대 8만명의 2.85배나 된다. 심각한 것은 20~30대 청년의 당뇨병 전단계 유병률은 21.8%, 약 303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의사로부터 진단을 받는 비율은 43.3%에 그친다.일반적 당뇨는 중장년층의 질환으로 인식해 20~30대는 설마 하고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20대 후반부터 당뇨로 고생한 세종의 할아버지 태조 이성계도 당뇨였다. 가족력이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가족력은 곧 식탁의 대물림이기도 하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 자료를 이용해 6만명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태아기부터 생후 1천일까지 당분 섭취를 줄이면 당뇨병 발병이 4년 늦춰진다는 것이다.요즘은 먹거리가 넘쳐나지만 고과당 음식이나 가공식품이 몸을 망가뜨린다. 또 지나친 음주와 불규칙한 식습관은 '젊은 당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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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SNL코리아와 풍자 지면기사
풍자가 돌아왔다. TV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saturday Night Live, 이하 SNL)'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전 연령대로 고루 확산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얼마 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을 풍자 대상으로 올려 잠시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논란이 된 장면은 이렇다. "수상을 알리는 연락을 받고는, 음…처음에는 놀랐고, 음…전화를 끊고 나서는, 어…천천히…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어요." 지난 회차에서 방영된 쿠팡플레이 예능 'SNL'에 나온 작가 한강을 패러디한 인터뷰 장면이다. 배우 김아영이 눈을 반쯤 감은 채 스웨터 차림으로 느릿느릿 말하는 연기로 한강의 모습을 재현했다. 이를 두고 한강을 희화화한 것이라는 비판에서 이것은 한강을 비하한 것이 아니라 국위를 선양하고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인 작가의 이면을 즐겁게 공유한 것이며 오마주의 표현이지 조롱의 의도가 없는 순수한 웃음이라는 견해까지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웃음을 무기로 삼은 풍자는 동서양이 모두 공유하는 유구한 전통을 지닌다. '시경'의 '관저편'에도 풍자의 개념이 등장하고 있으며, 고대 로마시대에도 풍자작가 루키아노스와 호라티우스 등이 맹활약했다.풍자의 문예사전적 정의는 어떤 대상이나 주제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여기에 재미·냉소·멸시·분노 등을 담음으로써 특정 대상이나 주제를 격하하는 문학의 기법 내지 장르를 말한다. 유머나 해학 등은 순수하게 웃음을 유발할 목적으로 만들어지지만, 풍자는 불합리한 권력이나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비판하기 위한 공격의 의도를 가지기에 다른 웃음의 장르들과는 노선이 다르다.풍자가 활성화하는 것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이며,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일수록 코미디나 풍자 같은 웃음 장르는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게 통례이기 때문이다. 요즘 다시 풍자와 코미디 장르가 기지개를 켜고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웃음의 사회적 확산과 공유라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부조리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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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과태료 16억원 체납한 임모씨 지면기사
윈스턴 처칠의 전용차가 신호위반을 하다 교통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기사는 뒷좌석에 수상이 타고 있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교통딱지를 발급했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는 현장에 흡족했던 처칠은 경찰청장에게 그 경찰의 특진을 요청했다. 이번엔 청장이 '교통위반 딱지 발급은 승진 사유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처칠은 또 감동했다. 영국의 법치를 기리는 유명한 일화다.아시아엔 필리핀의 국부 막사이사이 대통령이 있다. 청백리 대통령은 직접 차를 몰 때가 많았던 모양인데, 교통위반으로 걸렸다. 신분 확인 절차에서 대통령임을 확인한 경찰을 거수경례를 올렸다. 예우는 거기까지였고, 경찰은 벌과금 통지서를 발부했다. 막사이사이는 흔쾌하게 통지서를 받아들고 자리를 떠났다. 막사이사이는 그 경찰에게서 필리핀의 밝은 미래를 봤을 테다.영국 경찰은 2020년 관저에서 생일파티를 연 보리스 존슨 총리와 참석자들의 코로나19 방역 위반 행위를 확인해 벌금을 물렸다. 경찰뿐 아니다. 런던의 주차단속원은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차량에 주차위반 딱지를 붙였다. 필리핀 경찰의 비리와 부패는 심각하다. 교도소는 범죄자들의 해방구다. 처칠시대의 영국 경찰은 그대로지만, 대통령을 단속했던 필리핀 경찰은 막사이사이와 함께 사라졌다. 영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선진국이고, 필리핀은 아시아의 중진국에서 후진국으로 떨어졌다.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과태료 체납 자료가 화제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물린 과태료 중 미납입액이 1조2천억원이 넘는데, 임모씨의 기록이 놀랍다. 속도위반 1만9천651건에 신호위반 등 1천236건으로 인한 미납 과태료가 16억원이 넘는다. 임모씨 비슷한 사람 100명의 미납 과태료가 315억원에 육박한다. 이런 자료를 버젓이 국회에 제출한 경찰이 더 놀랍다. 2만건이 넘어가는 임모씨의 교통법규 위반은 필리핀에서도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임씨의 2만여건 교통법규 위반은 법치에 대한 테러다. 경찰은 제도와 인력을 탓한다. 일벌백계 의지를 상실한 공권력의 상투적인 변명이다.2만건의 법규위반자를 방치하니 전 정권의 총리와 법무장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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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한국계 최초 美 상원의원 지면기사
"고장 난 듯한 아메리칸드림의 기회를 미래 세대를 위해 되살리겠습니다." 앤디 김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다.뉴저지는 소위 '정치 기계(machine politics)' 최후의 보루라고 불렸다. 보스 정치인의 절대적 영향력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허울 좋은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다 지난해 터줏대감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민주당)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연방의회 경력 5년에 불과한 하원의원 앤디 김은 메넨데스의 사퇴를 촉구했고, 상원의원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앤디 김이 출마한 뉴저지주는 지난 1972년 이후 민주당이 줄곧 상원을 배출한 텃밭이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뉴저지 주지사의 부인 타미 머피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다. 정치 경험은 없지만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머피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앤디 김은 기득권 정치에 염증을 느껴온 유권자를 공략했고 여론조사에서 반전을 만들었다. 결국 머피 후보는 경선을 포기했다.앤디 김의 승부사 기질은 또 한 번 발휘됐다. 구태 정치·패거리 정치의 폐단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뉴저지주의 카운티 라인(County Line) 혹은 파티 라인(Party Line)이라는 투표용지다.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들은 투표용지 첫 번째 칸에 기재하고, 이외의 후보들은 듬성듬성 배치한다. 앤디 김은 연방법원에 소를 제기했고, 위헌 판결로 카운티 라인 투표용지 사용이 금지됐다.앤디 김은 미 연방의회 235년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상원의원이 됐다. 미국 이민이 시작된 지 120여 년 만이다. 이민자들이 미국 정치권에 입성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미국 정치의 꽃인 의회 입성은 영향력의 척도다. 역대 한국계 3선 하원의원은 앤디 김을 포함해 1992년에 첫 입성한 김창준과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영 김, 미셸 박 스틸,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등 5명뿐이다.상원은 연방정부의 임시예산안 의결권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동의권을 가질 정도로 파워가 막강하다. 도전과 개혁을 증명해온 앤디 김의 더 큰 행보가 주목된다. 앤디 김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 아프가니스탄 주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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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경인일보 신춘문예 지면기사
한 청년 작가가 처녀작인 '낙엽(La hojarasca)'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출판사는 "소설가로서 미래가 없다"며 퇴짜를 놓았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콜럼비아의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등단 실패기다. 공포소설의 대가인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은 출판사들이 '캐리'를 줄줄이 퇴짜 놓자 원고를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의 아내가 쓰레기통에서 건져 낸 원고를 한 출판사가 책으로 냈다. 스티븐 킹의 출세작 '캐리'는 쓰레기가 될 뻔했다.'해리 포터' 시리즈로 등단한 이혼녀 조앤 롤링의 등단 에피소드가 남긴 희비의 쌍곡선은 극단적이다. 해리 포터 판권을 수백만원에 계약한 덕분에 영국의 작은 출판사 블룸즈버리는 작가와 함께 돈방석에 앉았다. 해리 포터 화수분은 지금도 마를 기미가 없다.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사상 최악의 10대 실수의 주인공으로 출판사를 꼽은 적이 있다. 조앤과 해리 포터를 문전박대한 12개 출판사다. 출판사가 등단의 관문인 서구 문단엔 이런 에피소드가 흔하다.경향각지의 대표 신문사들은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로 새해 첫 신문을 제작한다. 문단과 독자가 문학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하루다. 신춘문예는 모든 문학도들에게 개방된 등단 오디션이다. 문학전문지 공모와 자비 출판과 같은 등단의 통로도 있지만, 응모자의 배경을 가리고, 원고만으로 문학적 자질을 평가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신춘문예'는 한국만의 고유한 등단 방식으로 전통을 쌓아왔다.1987년 1회 당선자들을 배출한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올해도 어김없이 공고됐다. 웹소설 등 등단의 수단은 늘어도 신춘문예에 몰리는 작가지망생들의 열기는 변함이 없다. 경인일보가 고집스럽게 등단의 좁은 문을 유지하는 명분이자 보람이다. 신춘문예 출신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올해 응모 열기는 더욱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신춘문예는 등단의 관문일 뿐이다. 등단 해도 모두 문호, 대가가 될 수 없고 될 리도 없다. 100년 넘는 한국 신문의 신춘문예 역사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만으로도 충분히 값지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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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경기도서관 지면기사
"모든 사람은 도서관에 있을 권리가 있습니다.… 오디(Oodi)는 우리의 공동 거실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편안함과 행복을 존중해야 합니다." 차별금지, 존중, 편안함과 웰빙, 약속… 핀란드의 헬싱키 중앙 도서관 '오디'의 원칙이다. 20년 걸려 만든 공공 도서관다운 내공과 철학이 담겨있다. 함선 모양의 비정형 건물 안에는 극장·주방·게임룸·놀이공간 등 다양한 시설이 함께 있다. 개관 1년도 안 된 2019년에는 국제도서관협회연맹에서 세계 최고의 공공 도서관으로 인증했다.직영이냐 민간 위탁이냐를 놓고 찬반이 엇갈렸던 경기도서관이 '도 직영'으로 교통정리됐다. 경기도는 애당초 일본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성공사례를 들어 민간 위탁 서비스에 무게를 뒀었다. 다케오 도서관은 서점 츠타야와 스타벅스가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책 읽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조용했던 소도시는 연간 100만명이 북적이는 관광지가 됐다.하지만 도서관 관련 단체는 민간 위탁의 공공성 훼손을 우려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연대 성명을 내고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도서관을 위탁운영하면 이익 창출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염려했다. 지난 9월 경기도민청원에는 '경기도서관 민간 위탁 반대' 청원이 올라와 1만5천875명이 동의했다. 답변 요건인 1만명을 충족해 김동연 지사가 지난 3일 직영을 선언하면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경기도서관은 수원 광교 경기융합타운에 둥지를 튼다. 연면적 2만7천775㎡에 지하 4층, 지상 5층으로 전국 광역도서관 중 가장 큰 규모다. 2016년부터 1천224억원을 들여 다음 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10월 공식 개관한다. 직영의 틀 안에서 실행할 콘텐츠를 착실하게 점검해야 한다. 도는 생태공간 '여유인보타닉(與YOUin보타닉)'을 만들고 씨앗도서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생성형 도서관으로서 디지털 격차를 극복시킬 AI 리터러시를 가동한다. 김 지사는 '기후환경 도서관', '사람의 가치를 회복하는 도서관'이라는 비전을 강조했다.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려 읽는 공간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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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탄핵 지면기사
조선은 전제사회(專制社會)이면서도 절대왕권이 아닌 관인(官人) 지배라는 독특한 권력 구조와 정치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은 국왕과 신료가 함께 운영하는 사회였던 것이다. 왕과 신하가 서로를 견제하고 힘의 균형을 이루는 정치구조가 항상 유지됐던 것은 아니지만, 형식적으로는 대개 이 기조를 따랐다고 볼 수 있다.왕과 함께 국가를 통치하던 세력이 바로 이들 관료들이었다. 조선사회는 양반(사대부)이 지배하는 귀족사회로 3대 안에 관직에 나가지 못하면 양반 신분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과거를 통해 관직에 나가는 것은 가문의 존폐가 달린 양반들의 핵심적 관심 사안이었다. 조선사회를 가리켜 '관직 귀족 사회'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어렵사리 관직에 나갔더라도 관직 귀족들과 국왕이 권력을 독점하기도 어려웠다. 왕과 관료가 서로 견제하는 정치 제도에 더해 이들을 견제하는 제도가 있었으니, 바로 이들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제3의 세력, 언관이 있었다. 언관들은 왕과 신료들을 규찰하고 견제하여 권력의 전횡과 농단과 부패를 막는 정치적 소금의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고위층의 권력 오남용과 횡포를 막았던 것이다.언관들이 고위 관료나 왕을 견제할 때 쓰는 강력한 방법이 바로 탄핵(彈劾)이다. 탄핵의 '탄'자는 총알이란 뜻도 있지만, 잘못을 따져 나무란다는 '힐책(詰責)'의 의미도 있다. '핵'자는 꾸짖고 캐묻다는 뜻으로 탄핵은 잘못을 꾸짖고 책망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법관 등 선출직 및 고위공직자들을 절차에 따라 해임 또는 처벌하는 헌법적 절차를 말한다.조선시대의 탄핵은 영조 때가 최고였는데, 2천73회의 탄핵이 있었다. 강정민씨의 논문('조선 후기 언관의 탄핵 활동 추이와 그 의미')에 따르면, 영조 뒤를 이어 숙종 재위 동안 1천966회의 탄핵이 있었다. 영조 때는 당쟁과 긴 재위 기간 때문에, 숙종 때는 경신·기사·갑술환국 등 3차례의 환국(換局) 때문에 탄핵이 많았다.요즘 탄핵이 핫이슈다. 정부 수립 이후 탄핵은 노무현(2004), 박근혜(2016) 대통령 등 40차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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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2024년 11월' 지면기사
11월이다. 우리를 둘러싼 불온한 국내외 정세의 실체와 윤곽들이 속속 드러날 한달이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5일(현지시각)이다. 10월 러시아 동쪽에서 출발한 북한군은 이달 중에 서쪽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본격적으로 참전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슬람 무장단체 소탕전은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확대됐다.미국 대선 결과는 꼬이고 뒤틀린 국제정세에 영향을 미친다. 영향의 방향은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미국 정치는 국제질서 보다 국내 현안에 집중했다. 미국만 안전하고 부유하면 국제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든지 상관없다는 미국 중심주의가 팽배하면서 세계경찰의 지위는 점차 쇠퇴했다. 미국 중심주의에 민주당도 물들었다. 가자에서 희생되는 이슬람 민간인 보다 낙태, 인종, 이민 문제 해결이 시급한 현안이다.트럼프가 돌아오면 미국의 이기적 쇄국이 강화되면서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동맹이 약화될 것이다. 해리스가 당선돼도 국제분쟁 종식을 주도할 미국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동맹의 연대는 느슨해질 것이다. 트럼프는 동맹의 대가로 돈을 요구할 테고, 해리스는 인내를 강요할 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스라엘이 바이든을 무시하는 국제분쟁이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실적인 차기 분쟁의 후보지는 한반도와 대만이다. 김정은은 러시아 파병과 ICBM 발사로 해리스와 트럼프에게 한반도 개입 금지를 경고했다.국내에선 민심의 심판대에 오른 정권과, 사법부의 심판대에 오른 제1야당이 11월, 운명의 첫 고비를 맞는다. 10%대 지지율의 대통령은 고립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두 건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법의 심판대에 오른 보수와 진보 진영의 광장전이 지난 주말 민주당 집회로 개전됐다. 정부는 무력하고 국회는 실종됐다. 헌법재판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기능을 잃었다. 야당이 중앙지검장을 탄핵하면 검찰의 심장도 멈춘다.11월을 잘못 넘기면 헌법이 명시한 입법·사법·행정 삼권 전체가 심부전 상태에 빠진 채 불안한 국제정세에 갇힌다. 국제분쟁의 장기화로 대한민국의 수출경제엔 빨간 불이 켜졌다. 11월의 징조들은 모호한 국정의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