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오래 끈 재판이라 시작점부터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지난 2020년 5월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위안부 관련 단체 후원금 사용이 투명하지 않다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할머니는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말했다. 정의연 이사장은 20여일 전 치러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윤미향 당선인. 닷새 뒤 두 당이 합당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된다. 윤 당시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10년간 모금한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0년 9월의 일이다.
그로부터 11개월 뒤인 2021년 8월에서야 1심의 첫 재판이 열렸다. 또다시 1년 6개월이 흐른 뒤인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횡령 일부만 인정해 윤 의원에게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한다. 기소된 지 2년 5개월 만이었다. 윤 의원은 재판정을 나서면서 환한 얼굴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이로부터 7개월이 경과한 지난해 9월 2심 재판부는 윤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횡령 인정액이 네 배 이상으로 늘고 일부 혐의가 유죄로 뒤집히면서 형량이 크게 늘었다. 윤 의원은 무죄를 입증하겠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리고 또 1년 2개월이 흘러갔다. 지난 14일 마침내 대법원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기소부터 대법원 확정까지 걸린 시간은 4년 2개월이나 됐다.
윤 전 의원이 받은 형량은 당선무효형에 해당된다.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라면 옷을 벗어야 했다. 하지만 의원선서 직후 기소된 윤 전 의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전에 4년의 임기를 이미 다 마쳤다. 국회의원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다 행사했고, 혜택은 혜택대로 다 누린 뒤였다. 자격이 없는 자에게 국민 혈세를 퍼부어가며 권한을 주고 혜택을 준 셈이다. 국회의원은 선출직이고, 민의의 반영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늦어지면 민의가 왜곡된 결과로 종결되거나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 민의가 왜곡되고 정의가 지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선출직 재판에 대한 사법부의 특례·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