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복(1941~2016)의 서체는 멋지고 근사한 글씨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결코 글을 인위적으로 잘 쓰려 하지 않았다. 글씨가 마음에 차지 않아도 서로 각각의 글자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살려주고 도와주는 이른바 ‘더불어 서체’를 추구했다. 사람들이 그의 서체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세계는 이 상생의 윤리를 잃고 무한 경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60번째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으로 생긴 새로운 변화다. 이미 트럼프 1기를 경험해 봤기에 세계인들은 심정적으로 카멀라 해리스의 당선을 바라는 이들이 더 많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Great Again)”란 미국중심주의를 내건 트럼프의 집권으로 전 세계가 고초를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향력만을 놓고 보면 트럼프의 집권은 지난 5일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반면, 국내 주식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트럼프 스톰이 시작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할 것이라 한다. IRA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부여되던 대당 최대 7천500달러에 이르는 보조금 제도가 폐지 위기를 맞았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LG, SK, 삼성 등 배터리 관련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은 미국의 국내 이익 충돌의 결과이겠으나 그의 정책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트럼프 2기 출범에 기여한 콘티넨탈리소시스 최고경영자인 해럴드 햄은 석유재벌 출신으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달가울 리 없는 사람이고, 트럼프 행정부에 입각할 테슬라 수장 일론 머스크도 전기차 경쟁업체들이 입을 타격이 오히려 반가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스톰의 본질은 국내 지지자들의 충성과 국제사회에서의 미국 이익 실현에 있다. 이제 세계는 공생과 상생은 없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치열한 생존 게임으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삐뚤빼뚤 생긴 대로 서로를 살려주면서 조화를 이루는 신영복의 ‘더불어 서체’가 그립고 다시 생각이 나는 이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