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A씨가 사고를 당했던 인천항 갑문 작업 장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조사서
지난 2020년 A씨가 사고를 당했던 인천항 갑문 작업 장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조사서

2020년 6월 3일 오전 8시 15분께 인천항 갑문 정기보수공사 현장에서 민간업체 소속 기계공으로 일하던 A(당시 46세)씨가 18m 아래 갑문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안전대 부착설비 설치’ 등 안전 조치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명 피해였다. 사건 이후 책임 소재를 두고 법원에서 공방이 이어졌다.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였다.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로 기소된 인천항만공사(IPA) 최준욱 전 사장 측은 ‘산업재해 발생 위험을 미리 알고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최 전 사장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민간에 공사를 맡기는 도급인으로서 공기업 대표의 책임을 확대한 판결이다.

이번 판결을 산업 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인명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법원이 판결문에 반영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2020년 1월16일자로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가 산업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근로자 소속에 상관 없이 도급인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갖고 산재 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법 개정의 목적이었다. 대법원이 “도급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를 예방함으로써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으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해석한 이유다.

공공기관은 앞으로 도급 사업을 추진할 때 인천항 갑문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사고 예방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인천항만공사는 항만 핵심 시설인 갑문의 유지보수를 국가에서 위탁받아 수행하는 국가공기업으로 갑문운영팀을 두고 정기 점검을 수행해 왔다. 사고가 발생한 정기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전 과정을 기획했다. 공사 위험성평가표 상 ‘중량물 취급 사고 위험’이 지적돼 있고, 현장감독관이 사망 사고 발생 전 위험 중량물이 놓여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사망사고 발생 후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안전·보건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의 장은 도급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의무 이행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