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토지매각 대금,

청라 7호선 연장·영종국제학교 투입 두고

신도심 주민·정치권 반발 이어져

“부동산 여론 의식 신도심 투자 집중…

지역 이기주의 떠밀리면 원도심 낙후 심화“

19일 인천시청에서 신성영(왼쪽 4번째) 인천시의원과 중구의회 의원 등 지역 정치권이 ‘송도·청라 정치권의 지역 간 갈등 유발 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19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19일 인천시청에서 신성영(왼쪽 4번째) 인천시의원과 중구의회 의원 등 지역 정치권이 ‘송도·청라 정치권의 지역 간 갈등 유발 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19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국제도시 토지매각 대금을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사업과 영종국제학교 사업 등에 투입한다는 내용이 퍼지면서 각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이 여론전을 펼치는 등 신도시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제3연륙교 명칭을 두고도 영종과 청라지역 정치권이 공방전을 벌이고 있어, 정치권이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국민의힘 신성영(중구2) 인천시의원과 중구의회 의원들은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도·청라 정치권의 지역 간 갈등 유발 행위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송도의 한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인천경제청 특별회계로 청라 7호선 연장 사업비 7천억원과 영종국제학교 사업비 2천억원 등을 부담하는 내용에 대해 반대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들 의원은 2026년 개통 예정인 제3연륙교의 명칭을 두고 청라를 지역구로 둔 서구 의원들이 ‘청라대교’로 확정할 것을 요구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서구갑), 이용우(서구을) 국회의원과 청라지역 주민들은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연륙교 조성원가의 절반가량인 3천억원을 청라 주민이 분담했고, 영종대교는 이미 명칭이 있는 만큼 제3연륙교의 명칭을 청라대교로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도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정일영(연수구을) 의원과 연수구을 지역위원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송도에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교통문제가 많은 만큼 송도 개발을 통해 발생한 이익금은 송도에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정치권이 잇달아 성명을 내는 이유는 지역 여론의 강도 높은 비판과 압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 한 시민단체는 지난 4일 인천경제청 앞에서 ‘송도 자산이관 항의집회’를 열고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지역 정치권 역시 송도·청라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기자회견을 통해 대응에 나선 셈이다.

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정치권이 나서서 지역 간 갈등을 일으키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면서도 “(최근의 현안들과 관련해) 송도·청라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키우자 영종 지역사회에서도 맞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져 성명을 내게 됐다”고 했다.

정치권이 주민 의견을 관계 기관에 전달할 수는 있지만 지역 갈등을 부추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구도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에 따르면 송도와 청라, 영종국제도시가 위치한 연수구, 서구, 중구의 2011~2019년 연평균 실질 GRDP 성장률은 각각 6.4%, 4.6%, 2.5%로 1~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추홀구(-2.0%), 계양구(-1.0%), 부평구(-0.8%) 등의 성장률이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창출된 인천지역의 이익을 원도심으로 분배해 균형발전을 꾀해야 하지만, 정치권이 주민 여론에 편승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균형발전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김민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역대 시장들이 원도심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추진 속도가 빠르고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쉬운 신도시 개발에 열을 올린 것도 지금의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라며 “인적·물적 자원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건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인데, 반대로 정치권이 나서서 지역에 좋은 것만 유치하려는 행위는 민원인 수준의 정치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부동산 가치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여론을 의식해 송도와 청라, 영종 등에 투자가 집중됐다”며 “같은 기간 원도심의 교통, 공원, 교육 등 인프라는 악화했는데, 지역 이기주의에 떠밀리기만 하면 원도심은 계속 피폐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