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1심 판결을 전후해 김동연 지사의 정치 발언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김 지사는 18일 국회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플랜B’를 묻는 기자들에게 “지금 그런 거 논의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앞서 이 대표 1심 판결 직전인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대한민국 위기는 대통령이 원인”이라며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길만 남아 있다. 특검을 수용해서 국정을 대전환하는 길, 아니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이다. 다른 길은 없다”고 대통령에게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이어 이 대표 1심 판결 당인일 15일엔 페이스북에 “사법부 판단, 매우 유감스럽다”며 “대한민국에 법의 상식과 공정이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대표 판결 직후 솟구친 민주당 진영의 정권 퇴진 요구를 선점하고, 1심 판결 비판으로 이 대표를 옹호하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로 초래된 플랜B 논의에선 짐짓 발을 뺀 김 지사의 일련의 발언들은 표면적으로 민주당 내 주류의 정치 행보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덕분에 플랜B로 회자되는 ‘3김’ 또는 ‘3김3총’ 중 유일하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시국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 대표 옹위에 나선 민주당 주류와 이재명 팬덤은 결사적이고 폐쇄적이다. 김 지사는 최민희 의원이 “움직이면 죽는다”고 한 반명친문 세력을 도청에 품었다. 언론은 도청을 반명친문의 베이스캠프로 주목했다. 경기도의 복지정책은 이재명표 기본소득 대신 김동연표 기회소득으로 전환됐다.
이재명 정국을 헤쳐나갈 주체는 민주당 주류와 소위 ‘개딸’이라는 이 대표 팬덤이다. 그들은 외부의 적 보다 내부의 적에 민감하다. 김 지사가 쏟아낸 일련의 발언들에 대해 진의를 파악하고 평가할 것이다. 쉽게 곁을 내줄 사람들이 아니다. 3총3김 중 5인이 침묵하고 잠행하는 사이에 김 지사만 우뚝 솟은 상황을 주목할 것이다. 헌정 중단을 요구하고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발언들은 나중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이 대표와 이재명 사람들의 시간이다. 섣불리 수저를 올렸다간 죽도 밥도 아닌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수십 번의 반전으로 어지러울 정국이다. 김 지사 만한 자질과 인격을 가진 대권주자도 드물다. 폭풍 같은 정국이 진정됐을 때의 민심이 중요하다. 은인자중의 자세로 도정에 전념하다 보면 그 민심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