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명 도구·장소 등 정보교환

“두렵기 때문” 감정공유 목적도

초성·은어 사용, 모니터링 회피

미성년 등 접근 쉬워 대책 필요

“수원, 화성 쪽에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 추천받습니다.”

늦은 밤 카카오톡 한 오픈채팅방에 이 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이내 서울의 한 재개발 단지, 평택 인근 폐공장 등 채팅방 구성원들이 저마다 추천하는 장소들이 답변으로 달렸다.

이곳은 자살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살 단톡방’으로, 200여명이 모여 있었다. 단톡방 상단에는 ‘힘내세요, 살아주세요 같은 표현은 자제해 주세요. 이곳은 죽고 싶은 분들이 모인 곳입니다’라는 공지가 고정돼 있었다.

박세준 한국자살예방시민연대 회장은 자살 단톡방이 운영되는 가장 큰 이유로 정보 공유를 꼽았다. 자살 단톡방에는 자살 도구, 장소, 언론보도 등 수많은 자살 관련 정보가 매일 올라온다. 자살 도구를 구매하는 방법과 사용법 등 구체적인 정보부터 추천 받은 자살 도구로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인증 사진까지 가감 없이 올라온다.

두려움에 대한 감정 공유 목적도 있다고 박 회장은 분석했다. 실제로 자살 단톡방에는 고통 없이 죽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 자주 올라온다. 이 때문에 투신, 음독, 자해 등의 방식에 대해 고통이 두려워 차마 시도하기 무섭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두려움은 곧 동질감과 용기를 얻기 위해서라는 궁극적인 이유로 이어진다. 자살 단톡방에선 매일같이 동반 자살자를 모집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동반 자살이 아니더라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있어 힘을 얻었다며 글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자살 단톡방이 익명으로 운영되는 데다, 미성년자들도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SNS 운영진의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초성이나 은어를 쓰고 있는 것도 자살 단톡방을 쉽게 발견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살 단톡방의 유해성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기획위원장)는 “자살 단톡방은 자살에 대한 접근성을 너무나 쉽게 높여준다”며 “SNS 등 운영 주체가 더욱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측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금칙어 기준 등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본사는 운영 정책상 자살·자해 관련 정보의 유통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자살 단톡방과 같은 곳의 접근성을 차단하기 위해 제목과 해시태그 등을 지속적으로 찾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