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4.11.2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4.11.20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기소됐다. 이번에는 경기도지사 재임 시 경기도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다. 이 대표가 도지사 재임 때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집안 제사에 사용할 제사용품 등 과일, 아침식사용 샌드위치, 개인 세탁비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허위 지출결의를 통해 모두 1억653만원의 경기도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전 도지사 비서실장 정모씨와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수행비서로 알려진 도청 ‘사모님팀’의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의 주도하에 이 사건이 이뤄졌고, 이 대표가 이를 알았거나 묵인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로써 이 대표가 기소된 사건은 모두 6건으로 늘어났다. 이 중엔 병합된 재판도 있어 이 대표는 중앙지법과 수원지법을 오가며 5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당장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지난 15일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못지않게 판결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선고 때와는 달리 당 안팎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수수 사건의 1심 재판은 11개월에 걸쳐서 ‘위례신도시’ 심리를 마치고 지난달 대장동 사건의 첫 심리에 들어갔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도 지지부진하지만 진행 중이다. 이 대표로선 어느 것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는 사건들이다.

비열한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재판 결과가 이 대표 개인뿐만 아니라 당 전체의 진로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내에서 이 대표 엄호에 나선 이들이 이 대표를 ‘신의 사제, 신의 종’에 비유하거나 비명(非明)계를 겨냥해 “움직이면 죽인다”고 겁박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한편으론 불안의 증표다. 민주당의 이런 내우(內憂)를 반격의 기회로 삼고자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행태는 솔직히 더 실망스럽다. 이 대표에 대한 공격에만 몰두하느라 그토록 엄중하게 필요성을 지적받았고, 스스로도 굳게 약속했던 내부 혁신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분위기다. 그렇다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는 것도 아닌, 그저 어부지리만 노리는 꼴이다. 집권여당이 보여줄 모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