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동안구에 야간과 주말에도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최근에 오픈했다. 해당 병원은 50여 개 병상과 전문의 6명을 확보하고 ‘달빛어린이병원’(이하 달빛병원) 지정절차를 밟고 있는데 경기도의 심사만 통과하면 안양시의 첫 번째 달빛어린이병원이 될 수도 있어 시민들의 기대가 높다.

달빛병원은 야간과 휴일에도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진료 전용병원으로 1년 365일 내내 문을 여는데 평일에는 밤 11시까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18세 이하의 소아·청소년 경증환자가 전문의의 신속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감소시켜 응급실 과밀화 해소는 물론 응급실 이용 시에 발생하는 과중한 의료비 부담을 덜고 의료공백기의 소아환자 난민도 줄일 수 있어 순기능이 크다.

2014년 처음 도입 당시 8곳에서 2022년 31곳, 2023년 57곳, 금년에는 100곳으로 늘었다. 신규지정 의료기관 수가 한 해 평균 10여 곳으로 부진했는데 작년부터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소아응급체계 개선 드라이브 공언과 의료개혁 관련 복지부의 소아응급 진료체계 개선방안 강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달빛병원 수를 작년의 17곳에서 올해 28곳으로 확대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전시행정이라며 시큰둥하다. 달빛병원 운영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아 지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재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50%씩 부담하는데 최근에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확인한 8곳의 달빛병원 가운데 국고보조금을 지급 받은 곳은 2곳에 불과했다. 환아 수가 적은 일부 병원은 적자가 불가피한 것이다. 또한 병원수가 늘면서 수혜지역은 넓어졌지만 인구밀집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

복지부는 달빛병원 지원예산을 올해 47억원에서 내년에는 96억원으로 확대했으나 조족지혈이다. 소아환자 난민 문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수 부족 탓이 아니라 낮은 보상과 가혹한 진료환경 때문이다. 일본은 2008년에 한국과 같은 위기를 겪었지만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진료수가를 300% 인상해서 해결했다. 의료수가만 인상하면 소아의료 공백 해소는 물론 달빛병원의 지역편중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다. 의료사고면책 제도 손질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