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핵심 문화시설 사업 잇따라 표류 중

전략과 로드맵 없고, 거버넌스 체계도 없어

정책 없이 현장 예술인에 경제 논리만 강요

문화시설 지속가능한 운영안 우선 마련해야

지난 20일 인천아트플랫폼 H동 2층 다목적실에서 열린 인천민예총 주최 ‘이슈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인천시 문화정책을 진단하고 있다. 포럼 참가자는 왼쪽부터 정영진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이재상 연출가,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 김창길 인천민예총 정책위원장. 2024.11.2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20일 인천아트플랫폼 H동 2층 다목적실에서 열린 인천민예총 주최 ‘이슈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인천시 문화정책을 진단하고 있다. 포럼 참가자는 왼쪽부터 정영진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이재상 연출가,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 김창길 인천민예총 정책위원장. 2024.11.2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시의 핵심 문화시설 조성 사업이 잇따라 표류하고, 관련 정책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인천시 문화 정책을 주제로 지역 문화계가 개최한 포럼에선 그 원인으로 ‘전략과 로드맵의 부재’, ‘실질적 문화 거버넌스 체계 부재’ 등이 꼽혔다.

인천민예총이 지난 20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H동 2층 다목적실에서 연 ‘이슈포럼 1: 인천시 문화정책을 돌아보다’ 발제자로 나선 김창수 인하대학교 초빙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지난 7월 아트센터인천·인천문화예술회관·트라이보울 운영을 위한 재단법인 설립 계획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재심의 결정이 되고, 8월에는 인천 북부권 대규모 문화예술회관 건립이 백지화됐으며, 지난달에는 인천뮤지엄파크 조성 사업과 아트센터인천 2단계 건립 사업도 행안부 중앙투자심사에서 반려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예술인회관 건립 사업은 건립 예정 부지 인근에 잔류 오염물질이 발견돼 중단됐으며, 인천아트플랫폼은 임대시설 뮤직갤러리(맥줏집) 운영과 관련된 논란이 일어났고, 인천 내항 도시재생 마중물 사업으로 추진돼 온 복합문화공간 상상플랫폼도 주변 상권 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인천시가 추진하는 문화시설 관련 사업이 줄줄이 중단·백지화된 이유를 사업별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인천 지역 대형 공연장과 전시장은 남쪽으로 치우쳐 있어 서구·계양구 쪽에 문화 접근성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형 거점 문화시설이 있어야 한다”며 “누가 봐도 계양구와 서구 지역 간 시설 유치 갈등은 예상할 수 있었는데, 인천시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갖고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천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역외 소비 유출이고, 서구·계양구·부평구 같은 서울 인접 지역에선 유출이 더 심하다”며 “이 지역 시민들이 공연과 전시 관람 등 문화적 소비도, 일상적 소비도 서울에서 하는 상황에서 서북부권 대형 문화시설 건립은 재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행안부 중투심에서 반려된 인천뮤지엄파크(시립미술관·시립박물관 복합 조성) 사업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인천시는 재정자립도가 낮지도 않고, 도시 규모도 부산과 맞먹는다고 하는데, 시립미술관조차 없다”며 “시립미술관은 지난 20년 동안 시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는데, 이미 잘 운영 중인 시립박물관 이전 문제(행안부 중투심 반려 사유 중 하나) 때문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라고 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 축소 운영과 관련해선 “학술 논문 78건에서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긍정적 분석·비교 대상으로 삼았을 만큼 중요한 인천의 문화 인프라였다”며 “더 높은 수준의 레지던시 중심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고 명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했는데, 그동안의 성과를 인천시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천시 문화시설 관련 전략과 로드맵이 없는 상황”이라며 “문화 기반 시설 전체에 대한 종합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인천시 문화정책 전체를 조율하고 검토하는 단위도 없고, 명실상부한 인천문화예술위원회도 없기 때문에 인천시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라며 “별도의 거버넌스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장에 있는 예술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인천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재상 연출가는 토론자로로 참여해 “큰 틀에서 정책은 없으면서 예술인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대한 ‘정산’만 점점 더 엄해지고 있다”며 “인천시의 당면 과제가 문화예술 발전이 아닌 경제적 가치이다 보니, 그 책임(예술의 경제 논리 강요)은 현장에 있는 우리들한테 오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영진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은 시즌제 레퍼토리(연간 프로그램) 도입 등으로 호평받고 있는 국립극장 사례를 설명하면서 “인천시 소유 문화예술회관 등 문화시설의 운영 주체 설정도 중요하지만, 문예회관의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에 대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시민들의 수요와 눈높이는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운영의 효율성 보다는 설립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식의 행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민예총은 내달 3일 오후 5시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세미나실에서 ‘이슈포럼 2: 인천시 문화진흥시행계획 평가와 과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