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강화군 주민 안미희씨는 “꼭 포탄이, 총알이 날아와 맞아야만 아픈 것이 아니다. 지금 마을 주민들이 소음폭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만신창이가 됐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키우는 안씨는 “마을 사람들이 잠을 잘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파주·김포 등지의 소음 공격 피해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대북전단 등을 핑계 삼아 기괴한 소리를 내는 소음공격으로 접경지 주민들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소음공격과 오물풍선 등 남측을 괴롭히기 위한 북한의 전략은 일부 적중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측 공격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이에 대한 찬·반으로 나뉘어 또 다른 내부 갈등이 유발됐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듯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오물풍선과 소음공격을, 우리 측 시민단체는 또 이에 대항해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이들은 지난달 파주에서 대북 전단 등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보내려 했지만 재난안전법상 해당 지역이 ‘위험구역’으로 설정된 데다 지역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그러자 이제는 장소를 강원도로 옮겨 계획 실행을 추진중이다.
수개월 째 지속 중인 이 같은 논란의 피해자는 결국 접경지 주민들이다. 소음에 노출된 이들의 정신건강은 이미 ‘위험’ 수준이다. 게다가 접경지역 특성상 거주민들 중 노약자 비중이 높다. 소음으로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하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다. 불안·우울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피해를 호소할 곳도 보상을 받을 곳도 현재로서는 명확지 않다. 이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북전단을 보내는 납북자 단체 등에 자제를 호소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14일 국회가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북한의 소음공격 등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북한의 소음공격 피해를 입고 있는 해상·육상 접경지역 정주 여건을 높이는 법안도 국회에서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을 개정해 정주생활 지원금 등을 늘리는 내용이다. 북한의 도발을 당장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피해를 입는 지역민에 대한 소음 방어 및 의료적 지원과 보상이 우선시 돼야 한다. 우리 국민이 결국 피해자인 만큼, 여·야 구분없는 초당적 협력을 기대해 본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