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이번에는 수사기관에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22일 공개한 5건의 녹취에서 명씨는 “창원지검장이 나 때문에 왔다”거나 “김영선한테 충성맹세를 시켰다”거나 ‘사건을 경찰에서 무마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23년11월25일 명 씨와 강혜경씨와의 통화 녹취에서 명 씨는 강 씨에게 “(김건희) 여사가 뭐라는 줄 알아요. ‘김영선이 선생님(명씨) 욕하고 다니는데 공천줄 게 있습니까’. 창원지검장 나 때문에 왔는데”라고 말했다.
또 그로부터 2주일 뒤인 12월9일 녹취에서는 강 씨에게 “경찰청장부터 해서 검찰부터해서, 김영선이 잡혀가. 그거 충성맹세 다 시켰다. 내가 데리고 가서. ‘김영선한테 충성하겠습니다’ 다 세번식 외쳤어. 누가해줬나. 내가”라고 했다.
뒤이어 “선관위에서 아무리 (사건이) 넘어가도 경찰에서 다 없애버려. 내가 해줬어. 그거 한달도 안됐어”라고도 했다. 인사개입을 너머 수사무마까지 했다는 자백이다.
명 씨의 ‘실력행사’는 반복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선 22년9월 녹취에서는 지인과의 대화에서 “창원지검장 만나 한방에 해결해 줬다. 지검장이 한동훈이 하고 (지인이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23년 선관위 조사로 인해 명씨와 김영선 전 국회의원, 명씨와 함께 일하다 김 전 의원실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던 강씨 사이에는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23년 11월과 12월 녹취에서 명 씨가 김 전 의원에 대한 불만을 강씨에게 말하는 것에 더해, 그보다 앞선 5월에는 김 전 의원이 강 씨에게 허위진술을 종용하는 대목도 나온다.
해당 녹취에서 김 전 의원은 강 씨에게 “경남도선관위원장한테도 딴분 통해 얘기가 들어갔으니까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이거는 내가 회계담당으로 의원님하고 나하고 자금 오간 내역이지 외부인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얘기를 반복해서 해”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김 전 의원은 “돈 어쨌냐고 물으면 ‘내가 개인적으로 쓴 것이지, 다른 데 쓴 것은 없다. 구체적 혐의가 있으면 소명하겠다. 근데 내가 돈 쓴 것까지 얘기해야 하나’라고 말하면 될거야”라고 선관위에서 문제삼은 자금을 ‘강 씨의 개인돈’으로 둘러대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씨는 “알겠습니다”라고 했지만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