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는 도입 초기엔 주로 레저용으로 이용됐으나 공유서비스 확산을 통해 일상용 이동수단으로 빠르게 대중화됐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보다 훨씬 간편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전기로 구동하는 장치여서 친환경적 이미지도 쉽게 구축된 덕분이다. 보급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2020년 5월 국회가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이 새로운 이동장치의 법적 지위를 정리했고, 그해 8월 국토교통부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이용 활성화 및 안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훨씬 전부터 이미 공유서비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많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이 개인형 이동장치가 느슨한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지금 ‘길 위의 무법자’로 군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킥보드다. 보행로와 횡단보도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 꼴이 야생 고라니를 닮았다 해서 ‘킥라니’라고 일컫는다. 장치의 기본 구조가 탑승자 보호에 취약하고, 필수 안전장구의 착용 또한 소홀히 해 단독사고 치사율이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보다 높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는 2천389건으로 24명이 숨지고 2천622명이 다쳤다.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치사율이 5.6%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1.3%보다 4.3배 높다. 차 대 사람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차종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18.7%보다 2.5배 높은 46%나 된다.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후 관련 민원이 38만 건에 이르는데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시는 아예 이면도로 중 사고위험이 높은 도로 구간에 ‘킥보드 없는 거리’ 지정을 시범 추진키로 했다. 2021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80억원의 예산을 들여 불법 주차된 이동장치들을 견인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기도에선 부천시가 불법 주·정차된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견인 조치에 들어갔고, 인천 연수구는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강제 견인을 시행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초 지자체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서울시처럼 경기도와 인천시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도로나 거리의 관할권이 기초 지자체에 있다는 이유로 지켜보고만 있어도 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