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11월 한국군과 UN군은 평양을 비롯해 압록강변 초산군과 혜산군에 이어 두만강 아래 청진시까지 북진했다. 불과 5개월 전 북한의 6·25 남침으로 단 3일 만에 서울을 점령당하고 낙동강 이남 한 귀퉁이로 몰려났던 절망적인 전황을, 9·15 인천상륙작전으로 극적으로 뒤집었다. 하지만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동장군에 밀려 다음해 1월 4일 서울을 다시 뺏겼다, 3월 14일 재탈환했다. 6·25 전쟁의 전면전은 여기까지였다. 미국과 중공은 휴전 협상을 개시했고 이후 전선은 휴전을 앞둔 고지전으로 변했다.
2022년 개전 직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20%인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4개주를 병합했다.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요충지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로 진격해 일부를 점령했다. 미국 차기 대통령 트럼프가 취임 즉시 휴전을 장담하자, 러시아는 쿠르스크 수복을 위해 북한군까지 투입했다. 쿠르스크를 수복하고 휴전하면 전쟁은 러시아의 영토확장으로 종결된다. 미국이 무기와 돈을 끊으면 우크라이나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
70여년 전 대한민국과 현재의 우크라이나가 겹친다. 침공을 당한 약소국에게 휴전과 종전의 주도권은 없다. 강대국의 손익에 따라 종결되는 국제전쟁의 양상은 약소국에게 치명적이다. 그나마 민주-공산 진영의 전면전이었던 덕분에 대한민국은 UN군 참전으로 국체와 영토를 지켰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동맹 없는 외로운 전쟁에 지쳤다. 서방은 돈과 무기는 몰라도 자국민의 생명을 줄 생각이 전혀 없다.
러-우 전쟁으로 북한의 혈맹은 중국에서 러시아로 바뀌었다. 병참지원과 파병으로 북한은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챙겼다. 미사일은 더욱 정밀해졌고, 평양 방공망도 첨단화될 것이란다. 반면에 한미동맹은 피를 나눈 혈맹에서 비용을 따지는 관계로 변질됐다. 트럼프는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만 안오면 그만이라며 김정은과 다시 만날 태세다.
개전도 휴전도 우리 의지와 무관했던 6·25 전쟁 때보다 더욱 악화된 국제정세다. 핵무장국 북한의 영향력은 실전에서 더욱 강력할 것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여야의 심리적 내전으로 정부와 국회가 무력하고, 간첩들은 민노총 지도부에까지 파고들었다. 역사를 잊고 현실을 외면한 국가와 민족은 위기를 자초한다. 대한민국, 정신 차려야 한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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