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의 운명을 결정할 정치적 기로로 주목받았다. 금고형 유죄면 이 대표는 이중의 사법 리스크에 갇혀 정치적 위기에 몰리고, 무죄면 기사회생의 활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여야 정치권의 전망이 엇갈렸다.
이날 무죄 선고에 예상대로 민주당은 환호했고, 국민의힘은 실망감을 표시했다. 지난 공직선거법 재판과는 정반대의 풍경이다. 재판부와 상관없이 여야는 자의적인 법리해석으로 장외에 재판정을 차렸다. 자신들의 주장과 일치한 판결엔 박수를 치고 반대의 경우엔 사법부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우스운 일이다. 두 재판의 1심 판결이 여야의 희망과 상관없었듯, 2심 재판도 예단할 수 없고 판결은 온전히 재판부의 몫이다. 대법원까지 가야 할 재판 절차를 감안하면 여야의 장외 법리전쟁은 백해무익한 정쟁일 뿐이다.
여당과 제1야당이 야당 대표의 재판을 예단하고 그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사법 수렁에 갇힌 정국 자체가 한국 정치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준다. 이제 여야는 ‘이재명 재판’을 사법부에 온전히 맡기고 정치의 시계를 돌려야 한다. 지금 급변하는 국제정세로 세계 경제가 출렁이며 나라의 안보와 경제와 민생 전체가 위기에 몰리고 추락하고 있다. 여·야·정이 민생을 살리고 안보를 굳건히 하는 입법과 예산 협의에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가 개시되면 국제질서와 세계경제에 엄청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국가적인 대응이 부실하면 변화의 후폭풍에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대통령은 내각을 일신해 리더십을 회복하고, 여야는 민생과 기업을 물샐틈없이 지원할 입법지원에 힘을 합쳐야 한다. 당정은 야당의 주장을 수용하고, 야당은 정부가 일할 수 있는 예산을 막아선 안된다. 이를 위해 특검·탄핵과 거부권이 충돌하는 대립 정국을 정치적 대화로 종식시키는 여야정 대타협이 선행돼야 한다.
국가와 민생의 위기가 급변하는 국제질서로 구체화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협치가 절실한 시기다. 그 시간을 여야가 이재명 재판 법리 전쟁으로 소비한다면 절망적이다. 이 대표의 운명은 사법부의 3심 재판에 맡기면 그만이다. 이재명 재판에서 벗어나 나라와 국민에게 먼저 다가선 정당과 세력이 민심을 얻고 정국을 주도할 것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