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권 대출이 막힌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의 덫에 내몰렸다.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6~10등급)는 최대 9만1천명으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불법대부’ 관련 피해 신고는 1만2천884건으로, 전년보다 24.48% 증가했다. 특히 이 중에서 고금리 수취로 인한 피해는 전체 피해 신고 건수의 26.9%(3천472건)를 차지했다. 또 한국대부금융협회는 불법사채의 연환산 평균 이자율은 무려 414%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연 최고 3만6천500%의 살인적인 이자를 뜯어낸 미등록 대부업자 일당이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에 의해 검거되기도 했다.
현행 이자제한법은 연이율 20%가 넘는 고리대금을 금지하고 있다. 채권추심법에서도 채무자나 관계인을 폭행·협박·감금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징역형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채권추심법 위반 사건의 1심 판결 78건 가운데 징역형 실형 선고는 13건(16.7%)에 그쳤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는 18건(23.1%), 벌금형은 30건(38.5%), 벌금형의 집행유예 5건, 무죄 6건, 기타 6건 등이었다.
불법 사채업자에 대한 부실한 대응이 기어코 끔찍한 비극을 초래했다. 여섯 살 딸을 키우던 30대 싱글맘이 사채업자들의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지난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이율 수천%대의 이자로 채무원금 90만원은 한 달도 안 돼 이자만 1천만원 넘게 불어났다. 사채업자는 피해자를 조롱하는 욕설 문자를 지인들에게 보내고,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주소까지 유포했다. 심지어 피해자가 차용증을 들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경찰은 고인의 사망 13일 전 이 같은 사실을 신고를 통해 인지했다. 하지만 “피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피해사실을 알고도 사실상 방치한 셈이다.
경찰은 2022년 시작한 불법 채권추심 특별단속을 내년 10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단속만으로는 안 된다. 경찰은 피해 금액을 떠나 신고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양형기준을 세분화하고 징역형 비율 상향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는 불법 사채시장은 흡사 무법천지다. 사채업자들이 서민의 생존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악질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