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재 윤두서(1668~1715)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그림이 바로 ‘자화상’이다. 공재의 그림 중에서 ‘자화상’ 말고도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그림이 한 점 더 있다. 바로 ‘진단타려도(陳摶墮驢圖)’다. 그림은 나귀에서 떨어지는 희이 선생이란 별칭을 지닌 진단(872~989)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통상 낙상하는 그림은 큰 사고로 이어지는 불길한 그림인데, 웬일인지 나귀에서 떨어지는 진단 본인은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고, 곁에서 시중드는 동자 아이만 허둥지둥 당황하는 모습이다. 숙종의 제화시가 덧붙여 있어 더 유명해진 이 그림의 사연은 이렇다. 조광윤이 송나라를 건국하고 새 황제에 등극하자 오랜 정치적 혼란이 종식되고 새로운 지도자가 출현한 것이 너무 기쁜 나머지 진단 선생이 환호작약하다 그만 나귀에서 떨어지고 만다는 내용을 그린 것이다. 이런 사연으로 인해 ‘진단타려도’는 통상 새로운 지도자 출현의 기쁨을 표현하는 그림의 대명사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과 참모진 간의 소통 문제를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가 하면 이에 대한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여러 사안이 보고될 때마다 대통령의 질책과 격노가 쏟아지자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김 여사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은 제대로 직언을 못하고 대통령의 심기만을 살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거친 언사와 직설적 화법은 벌써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거니와, 정말로 이 때문에 보고와 소통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다면 이는 정말 어이없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릇 지도자라면 감정을 절제하고, 언사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기본조차 갖추지 못했다면 또 하나의 새로운 ‘진단타려도’ 앞에서 국민들이 환호작약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은 기독교 세계관을 집대성한 걸작이다. ‘신곡’ 중 지옥 편을 보면 정욕·수전노·탐식자·이단자·독직(瀆職)·도둑·배신 등 온갖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는 여러 지옥들이 나온다. 지나친 분노와 화도 나와 남을 해치는 큰 죄인지라 다섯 번째 지옥인 스틱스의 늪지로 떨어져 영원히 서로 싸우며 고통을 받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지나친 분노와 화의 결말은 파국밖에 없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