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빨개진 얼굴… 낯을 가리나 봐요
초기에 호르몬 변화로 나타나… 증상은 개인마다 차이
에스트로겐 감소하고 체온 조절하는 폭 좁아지기 때문
‘호르몬 치료받으면 살이 찐다’ 속설일뿐 약 끊지 말길

“폐경이 된 것인지 알고 싶어요.”, “검사로 폐경이 언제 오는지 알 수도 있나요?”…. 50세 전후 폐경기 여성들이 병원에 와서 자주 하는 질문이라고 한다.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는 “폐경기에 겪는 증상은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여성에서 나타난다”며 “얼굴 홍조 등 관련 증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의학적으로 마지막 월경 시점에서 1년간 월경을 안 했으면 폐경으로 본다. 혈액검사로 호르몬의 농도를 통해 난소 나이를 알아볼 수 있는 검사들이 있으나 사람에 따라 월경 주기의 변동이 몇 달, 몇 년이 갈지 의사들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한다.
호르몬 변화의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가족력 등 선천적인 것 외에도 음주나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 기저질환에 의한 항암, 방사선 치료나 난소낭종 절제술 등 요인이 다양하다.
호르몬 변화에 의한 증상도 다양하다. 전 교수는 “여러 증상이 한꺼번에 일어나기도 하고 초기의 증상과 중기, 후반기에 겪는 증상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폐경기 초기에는 얼굴 홍조, 상기, 이상 발한, 현기증 등 혈관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난소 기능 저하로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고, 시상하부와 온도조절 중추에 장애가 발생해 체온을 조절하는 폭이 좁아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폐경기 중기에는 요도, 방광, 질 위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외음부 위축증은 나이가 들어 질 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져 탄력성을 잃고 발생하는 하나의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폐경기 후반기가 되면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진다. 폐경 후에는 골밀도를 측정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검사가 꼭 필요하다.
폐경 여성에게는 증상 완화를 위해 호르몬 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경구 호르몬제, 피부흡수제, 주사제 등 많은 종류의 약이 쓰이는데 누구에게나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전 교수는 “유방암 환자, 에스트로겐 의존성 종양, 원인이 불분명한 자궁출혈이 있을 때, 혈전색전증, 간 기능 장애 등에는 권하지 않는다”며 “치료 전에는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살이 찐다는 잘못된 속설에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끊는 이들도 있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개선돼 오히려 복부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는 발표도 있다고 한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