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위기다. 앞서 위기설은 파다했으나 이제는 각종 통계와 지표로 현실적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그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반도체 분야에서 부진이 거듭되며 위기설은 위기로 기정사실화됐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50%p 이상 더 벌어졌고, 절대 강자였던 D램과 낸드 분야에서도 2위권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의 집권으로 대외 리스크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주식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7월 8만8천800원의 최고점을 찍었던 주가는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14일 종가 기준 4만9천900원까지 추락했다. 고점 대비 40% 이상 떨어지며 2020년 6월 이후 4년 5개월만에 다시금 ‘4만 전자’의 오명을 썼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수장은 사과문을 발표했고,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특단의 대책까지 내놨다. 모두 전례 없던 일이다. 흔들릴 것 같지 않았던 국민기업이 휘청인다는 소식에 대한민국 전체에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본사가 있는 수원을 비롯해 용인·화성·평택 등 반도체 사업장이 몰려 있는 경기도는 특히 더 심각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보너스 날만 되면 상권 전체가 들썩여 ‘삼성이 먹여 살린다’는 말까지 나왔던 수원 본사 일대는 삼성맨들의 발길이 뜸해진 지 오래다. 특히 반도체 생산라인 일부가 멈춰 선 평택지역은 초상집 분위기에 가깝다.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선다는 개발 호재로 한때 노른자 입지라 불렸던 곳이지만, 지금은 공실이 쏟아지는 지역이 됐다. 법인지방소득세의 중요한 세원을 담당하던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도내 지방자치단체들도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경기도 지역경제 전체가 휘청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르면 이번 주 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앞둔 삼성전자는 최근 일부 임원들에게 퇴임을 통보하며 ‘읍참마속’을 불사하는 대대적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2심 결심공판 최후 진술을 통해 녹록지 않은 현실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흔히 해가 뜨기 직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온 국민들의 시선이 국민기업을 향해 있다. 삼성전자가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돌파구를 찾아내야만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