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작버튼 눌렸다.”
약점이 될 만한 내용이나 민감한 주제를 맞닥뜨렸을 때, 주체할 수 없이 과민한 반응이 나오는 경우 흔히 ‘발작버튼’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최근 생활폐기물과 민간소각장 관련 취재를 이어오면서 인천의 발작버튼은 단연코 ‘쓰레기 문제’라고 나 홀로 결론을 내렸다.
쓰레기 관련 기사를 다룰 때면 “인천은 쓰레기에 예민하다”는 말을 하거나 듣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보유하고 있는 도시다. 경기와 서울, 인천지역에서 나오는 하루 평균 3천500t의 쓰레기가 모두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서울의 일부 기초지자체가 인천의 민간소각장에 생활폐기물 쓰레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 결과 드러났다. 공공 영역이 아닌 민간에까지 타 지역의 쓰레기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쓰레기는 인천 민간소각장에 들어와 소각재로 변하고 이 소각재는 결국 인천지역 쓰레기가 된다. 인천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의식이 가득한데 쓰레기 양까지 늘어난다니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다.
공공소각장과 수도권매립지 등 공공 영역은 인근 주민들에게 지원책을 내놓는다. 쓰레기 반입과 매립 또는 소각이 이뤄지는 모든 절차 역시 투명하게 공개된다. 민간은 다르다. 민간소각장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소각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길은 없다.
당장 오는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조치가 시행되면 ‘쓰레기 대란’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매립되지 못하는 쓰레기들은 모두 소각해야하는데 기존에 있는 공공소각장들은 처리 용량이 한정적이다.
결국 응급조치로 민간소각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인천의 발작버튼이 ‘민간소각장’에까지 확대되는 건 시간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민간소각장 활용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