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어린이보호구역 의무화

1년새 도내 교통사고 131건 9.2%↑

운전자 인식 개선 등 문화 바꿔야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경기도내 어린이보호구역 곳곳에 노란색 횡단보도가 생겼지만 오히려 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운전자 인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용인시 광교마을 상현역 사거리에 설치된 노란색 횡단보도. 2024.11.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경기도내 어린이보호구역 곳곳에 노란색 횡단보도가 생겼지만 오히려 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운전자 인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용인시 광교마을 상현역 사거리에 설치된 노란색 횡단보도. 2024.11.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난 25일 오후 4시께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행정복지센터 앞 사거리. 어린이 보호구역인 이곳은 횡단보도뿐 아니라 신호등 기둥, 횡단보도와 맞닿은 인도까지 모두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시는 지난해 5월 이곳에서 8세 어린이가 우회전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횡단보도를 비롯한 이곳 일대 시설물을 모두 노랗게 바꿨다.

이로 인해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이날 일부 운전자들은 여전히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보행신호에도 오토바이들은 보행자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는가 하면, 한 승용차는 정지하지 않고 우회전하다 보행자와 부딪칠뻔한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노란색 횡단보도는 지난 2022년 전국 7개 시·도 12개소에 시범 도입됐고 이후 지난해 7월 정부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설치가 의무화됐다. 개정된 시행규칙이 올해 7월부터 적용되면서 경기도 내 지자체들은 노란색 횡단보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2022년 도내 2천958개에 달했던 노란색 횡단보도는 지난해 3천661개로 1년 새 23.8%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역시 120건에서 131건으로 9.2% 증가했다. 사고로 다친 어린이도 124명에서 146명으로 17.7% 늘었다. 노란색 횡단보도가 많아졌음에도 교통사고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이 때문에 노란색 횡단보도가 시인성을 높여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인지하는 데 도움은 주지만,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호매실동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만난 주민 이모(41)씨는 “자녀가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노란색 횡단보도를 설치한 후에도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설 개선만으론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에 역부족이라며 운전자 인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란색 횡단보도가 운전자 시인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교통사고 감소로까지 이어진다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며 “과속 방지, 우회전 시 정지 등 전반적인 운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