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위, 2년전 ‘인권침해’ 규명
사형당한 4명 회복조치 권고불구
‘상소권’ 신청 대법원서 진전없어
유족 “유해 발굴·빠른 재판 희망”

“국방부는 사형을 선고받은 실미도 공작원 4명에게 ‘상고 포기’를 회유하고 재판 청구권 행사를 막은 것에 대해 유족에 사과하고, 상소권 회복 청구 등 피해 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2022년 11월29일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제46차 회의에서 ‘실미도 부대 공작원의 재판 청구권과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국방부에 권고한 내용이다. 권고가 내려진 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공작원들 명예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실미도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한 인천지역 주요 사건 중 하나다. 북한 침투작전을 목표로 1968년 4월 인천 중구 실미도에 국가가 조직한 군부대에서 3년4개월간 훈련받은 공작원들이 1971년 8월 공군 기간병 18명을 살해한 뒤 탈출한 사건이다. 사건 당일 실미도를 탈출하고 서울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공작원 20명이 사망했고, 살아남은 4명은 군법회의를 거쳐 1972년 3월 사형당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군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당시 공군 측이 살아남은 공작원 4명에게 ‘대법원 상고 포기’를 회유했다고 판단했다. 상고하면 실미도 부대의 실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공작원 4명은 1971년 12월6일 공군본부 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같은 달 21일 공군 고등군법회의에서 항소가 기각됐는데, 상고를 포기하면서 사형이 확정됐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실화해위원회는 ▲‘훈련 후 장교 임관’ 등 이행 불가한 조건으로 민간인을 기망해 공작원으로 모집한 것을 유족에 사과 ▲공작원 4명의 상소권 회복 청구 등 피해 구제 조치 ▲기림비 설치 등 공작원 명예 회복 조치를 하도록 국방부에 권고했다. 앞서 진실화해위원회는 사형당한 4명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지 않고 암매장한 부분도 지적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는 2년이 지나도록 아직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다. 실미도희생자유족회에 따르면 사형당한 공작원 4명의 유족들이 지난해 청구한 ‘상소권 회복 신청’이 서울고등법원에서 받아들여졌지만, 사건은 아직 대법원에서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도 공작원 4명 중 1명은 직계가족이 아닌 조카가 신청했다는 이유로 상소권 회복 신청이 기각됐다.

그 사이 공작원이 특수임무유공자로 선정됐다가 ‘유공자증 반납’을 통보받은 일도 있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해 유족들의 신청으로 사형당한 공작원들에게 특수임무유공자 증서를 수여했는데, 뒤늦게 유공자법 제외 대상(군형법 위반으로 실형 선고)임을 인지해 증서를 반납하라고 유족에게 안내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시작한 유해 발굴도 아직 성과가 없다.
살아남은 공작원 중 한명인 고(故) 임성빈씨의 동생이기도 한 임충빈 실미도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유족들은 ‘사형수’라는 표현이 너무 아프다. 유해 발굴도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며 “사형당한 공작원들의 상소권 회복은 물론이고, 제대로 재판을 받아서 하루빨리 완전한 명예 회복을 이루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