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강제성’ 빠져 뒤통수

“윤대통령, 유족에 사죄해야”

일본이 한국 정부 참여 없는 사도광산 추도식을 열자 조태열 외교부장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여야 정치권에서 터져 나왔다. 조 장관은 외교부 2차관 시절인 2015년 일본 군함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해 줬는데, 이후 일본이 한국인 강제 노역 사실을 축소·부정하면서 뭇매를 맞았다. 이번에도 조 장관은 사도광산 등재 과정에서 지난번 ‘군함도의 실수’를 반복해 논란이 된 것이다.

조 장관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한국 정부가 찬성해준 것이 ‘대일 굴욕외교’라는 비판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많은 것을 챙겼다”고 맞서왔다. 또 세계문화유산 등재 직후인 지난 8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국익 수호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협상을 지휘한 것도, 책임도 제가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장관의 공언과 달리 일본은 결국 노동자 동원 ‘강제성’ 표현을 제외한 채 추도사를 했고, 한국 정부의 뒤통수를 때렸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앞서 일본은 지난 7월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한국 동의 과정에서 모든 노동자를 추도하는 행사를 매년 열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도 ‘외교참사’ ‘굴종 외교’ 지적이 나왔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일 굴종 외교의 책임을 지고 유족과 국민께 사죄하길 바란다”며 “일본이 보인 행태는 양국 간 합의 파기는 물론이고 외교적 결례를 넘어선 도발”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다. 한·일 협력 강화를 자평해 온 외교 당국의 안일한 자세가 오히려 일본이 오만한 태도를 낳게 했다는 것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도광산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진정 어린 추모를 포함해 과거 식민 통치 역사에 대한 분명한 속죄와 반성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기본 전제”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회 외통위는 28일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를 연다. 여야는 조 장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김상훈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불러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 정부가 불참 결정을 하게 된 경위 등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