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고등법원 설치 법안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곧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될 전망이다. 빠르면 오늘 열리는 본회의에서의 처리도 기대된다.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인천 서구갑) 의원과 국민의힘 배준영(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의원이 올해 6월과 지난달 각각 대표 발의한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함으로써 이미 9부 능선을 넘은 분위기였다. 가장 험한 관문을 이렇게 통과한 인천고법 설치 근거 법안은 어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문턱도 큰 어려움 없이 넘어섰다. 인천 지역사회의 숙원 중 하나가 비로소 해결의 순간을 맞고 있다.
인천고법 설치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법사위에 세 차례나 상정됐지만 토론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폐기되곤 했다. 인천시도 ‘인천고등법원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뒤를 받쳤으나 힘만 뺀 모양새가 됐다. 해사전문법원 유치를 희망하는 인천과 부산의 경쟁이 영향을 미쳐 법사위 소속 영남지역 의원들이 인천고법 설치 법안 처리에 반대한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부산을 중심으로 영남지역 의원들이 여야 없이 하나로 찰지게 뭉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인천지역 의원들은 그저 모래알이었다. ‘인천 의원 십여 명이 영남 의원 한 명 못 이긴다’는 정가의 말이 정설이 되는 현장이었다. “오죽하면 법사위 소속 타 지역 국회의원들조차 인천 정치권의 무력한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봤을 정도였다”고 경인일보는 당시의 현장을 상기한다.
외형적으로만 보자면 현재 인천의 정치력은 역대 최강이다. 거대 야당의 총수가 인천 지역구를 갖고 있고, 원내를 진두지휘하는 원내대표도 인천 지역구 출신이다. 초선이긴 하지만 원내 대변인 또한 인천 지역구다. 같은 내용의 법안을 함께 냈던 집권여당 소속 의원 역시 원내수석부대표직을 갖고 있다. 어느 지역도 갖추지 못한 진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정치적 파워를, 인천 국회의원의 정치적 해결 능력을 믿는 시민은 극소수다. 이번에 인천고법 설치 법안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게 된 이면에는 또 하나의 지역 현안인 인천해사법원 설치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은 사실도 존재한다. 지역 이익을 위해 힘을 함부로 쓰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정치력의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행사를 인천 유권자들은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