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는 1970년대 미국 국방부에서 폭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1993년 민간에 무료 개방되면서 이제 GPS는 일상과 뗄 수 없는 친숙한 기술이 됐다. 휴대폰에는 위치정보가 활성화되어 있고, 차량은 시동을 걸자마자 내비게이션이 작동한다.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이 언제 도착할지 알려주니, 지각하지 않는 것도 똘똘한 GPS 덕분이다. 전 세계의 통신, 교통, 물류, 자금 거래, 구조 활동, 자원 관리, 정보 수집, 군사적 목적 등 이제 관련 없는 분야를 찾기 힘들다. 북한이 날려보낸 쓰레기 풍선에도 GPS 발신기가 탑재됐다.
GPS와 기술의 엇박자는 사람들을 함정에 빠뜨린다. 인도에서 구글 지도를 따라 운전하던 차량이 강으로 추락했다. 지난 23일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 발릴리 지역에서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이동하던 청년 3명이 숨졌다. 지난해 대홍수로 끊긴 람강가강 교량이 복구공사 중이었는데, 정보가 구글 지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년 전에도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 차량이 페리야르강으로 추락해 의사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지난 2022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운전자가 9년 전 붕괴한 다리를 지나다가 추락했다. 막내딸의 9번째 생일에 전해진 끔찍한 소식이었다. 유가족은 구글과 다리 관리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에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이 웨이즈앱을 보면서 운전하다가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진입하고 말았다. 일촉즉발의 순간, 주민들은 화염병을 던지며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구조 병력을 급파, 유혈 총격전으로까지 번졌다.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두 번쯤은 내비게이션에 골탕 먹은 적이 있을 듯하다. 지난 9월 추석 당일 티맵을 이용한 귀경 차량들이 충남 아산의 농로에 갇힌 일은 ‘웃픈’ 해프닝이다. 내비는 사람이 만들었지만, 사람이 내비에 조종당하는 현실이다.
‘핀포인트:GPS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가(2017)’의 저자 그렉 밀너(Greg Milner)는 GPS의 가치를 산소에 빗댔다. 전혀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인류는 진화한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편리하고 효율적인 삶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기술의 오류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맹신과 의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무섭게 진화하는 AI시대, 슬기로운 기술 생활이 숙제로 남았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