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상정 안해… 여야 대립속 ‘중립’

민주당, 감액 예산안으로 ‘배수진’

우원식 국회의장이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3년 연장법안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었다. 우 의장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본회의에 부의한 법안 중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법안을 모두 상정하지 않았다. 복지위 소관 법안이 구별없이 전부 다음 본회의로 미뤄진 것과 달리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은 교육위 소관 법안 중 유일하게 낙오했다.

본회의 상정안건은 여야 원내대표 협의를 거쳐 의장이 결정하는데,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의 미상정은 ‘의장의 뜻’이라는 게 여러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태서 의장실 공보수석은 “(법안이 의결됐을 때 소요되는 정부 예산이) 9천억원 규모여서 예산심의 결과를 보면서 법안 상정 여부를 판단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법으로 국회가 예산 사용처를 결정하기보다는 정부와 국회의 합의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입법을 하겠다는 의미다. 여야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의장의 중립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고교무상교육의 재원을 중앙에서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을 증액하겠다고는 하지만 증액 권한이 있는 정부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국회 권한인 감액 예산안으로 의결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지역화폐예산과 함께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을 민주당의 증액 요구 예산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예산안 처리의 기본적인 방향은 감액안으로 가더라도 12월2일 예산안 법정기한내에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본회의를 마치고 나온 진 정책위의장에게 ‘본회의 미상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우리는 법안이 마련됐다는 것을 근거로 정부에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하려 했지만 의장의 입장은 예산안 협의를 보고 하자고 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증액의지가 후퇴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다만 예산안 의결에 있어 의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