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위, 경기·인천 일부지역 지정 제외

상대적 박탈감·수도권 역차별 악화 논란

도의적 비판 넘어 법적 책임 피할 수 없어

정책 왜곡되지 않도록 재검토 필요한 시점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 직속 기구로 지방시대위원회가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과 지방자치분권을 통해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함으로써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모토가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지방시대이고, 그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이다. 과거 정부의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구를 합치다 보니 지방시대위의 기능과 권한은 더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8차례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도하면서 꽤 많은 업적과 성과를 냈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실패로 끝났지만, 전국 14개 시도에 2차례에 걸쳐 기회발전특구를 지정해 총 74조3천억원이 투자되는 신성장 거점 토대를 만들어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균형발전법)을 근거로 세제·재정 지원, 정주 여건 개선에 더해 며칠 전에는 특구에 이전·창업하는 기업에 가업상속 공제 제도를 확대하는 개정안까지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법률적으로 보장된 경기·인천의 인구감소지역과 접경지역은 제외됐다. 경인지역은 수도권인 데다, 지방(비수도권)에서 반대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지방 일부 단체장들이 수도권 특구 지정이 지방으로의 기업 이전을 방해할 것이라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내 해당 시군은 고양, 파주, 김포, 양주, 포천, 동두천, 가평, 연천 등 8개 지역이다. 인천은 강화군과 옹진군이 포함된다. 대체로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낮고 군사시설 등으로 개발에 제약을 받는 지역이다. 수도권이라고 하지만 지방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낮고, 최근에는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과 대남 확성기 소음 피해 등으로 많은 희생을 감내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제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런 지역을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외시키겠다는 논리는 수도권에 대한 기존의 상대적 박탈감과 역차별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원래 이 특별법은 “(수도권)인구감소지역에 대한 배려 없이는 특별법 제정이 어렵다”는 수도권 의원(21대 국회)들의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지방보다 못한 경기 인천 낙후지역에 특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던 것이다. 특구 지정 및 지원 근거인 지방분권균형발전법 23조 1항이 그 골자다. 그러나 지방시대위원회가 경기·인천 지역을 특구 지정에서 배제한 것은 법률의 취지에 어긋나며, 이를 정책적으로 회피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결정이 수도권 지역에 대한 비수도권 정치인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했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법적으로 보장된 지역을 배제한 것은 이러한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도의적 비판을 넘어 법적 책임까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책이 정치적 판단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재검토와 조정이 필요한 지점이다.

얼마 전 만난 지방의 한 광역단체장은 “기회발전특구를 수도권까지 확대하면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경기·인천은 수도권에 맞는 정책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도 협의를 했고, 윤 대통령과도 교감을 충분히 나눈 사항이란다. 딱, 듣기에 ‘떡 줄 사람 생각도 안 하는데 헛물 켜지 말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인식을 갖기에 충분했다. 논리의 비약일지 모르지만, 정치적으로 경기 인천은 여권에 아주 취약한 지역이다. 22대 총선에서 경기 60개 선거구 중 6개, 인천 13개 선거구 중 2개 의석만 건질 정도로 참패한 곳이다. 접경지역과 경기 북부의 아픈 현실을 이렇게 나이브한 생각으로 방치하면 민심은 더 멀어질 것이다. 획일적인 규제를 넘어서기 위해 특단의 선택을 취하지 못하고 수도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에 젖은 지방의 인식과 논리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오랜 시간 지속돼온 역차별을 끝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국정 목표는 허구로 끝날 것이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