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념과 체제가 보병이라면 자본은 기병이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즉 소련이 해체 붕괴된 때가 1991년이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자본주의는 이미 1년 전에 동구권 사회주의의 심장인 모스크바에서 승리를 선포했다. 맥도날드가 모스크바 1호점을 개점한 것이다. 미·중 수교 이후에도 죽의 장막에 갇혀있던 중국 경제에 자본주의를 이식한 주인공도 코카콜라였다.
맥도날드, 코카콜라에 버금가는 자본주의 상징인 스타벅스가 한국의 휴전선에서 일을 냈다. 지난달 29일 김포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전망대에 스타벅스를 개점한 것이다. 애기봉에서 1.4㎞ 건너편이 북한이다. 개풍군 송악산이 한눈에 보인다. 휴대폰을 확대하면 북한 주민들도 볼 수 있다. 애기봉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하려면 검문을 거쳐야 한다.
세계 최초의 휴전선 접경지역 스타벅스에 국내외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AP는 “한국 국경 전망대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음료와 함께 조용한 북한 산간 마을을 즐길 수 있다”고 타전했다. ‘통일라떼’, ‘자유민주주의의 커피 향기’ 등등 국내 언론의 호들갑도 대단하다.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마지막 전선에 개점한 스타벅스의 의미가 그만큼 각별하다는 뜻일 테다.
북한 개활지를 마주하는 애기봉은 체제 전쟁의 첨단 지역이었다. 1970년대부터 해마다 성탄절에 점등했던 대형 트리는 그 자체로 종교의 자유, 자본의 풍요를 자랑하는 체제의 상징으로 북한에겐 눈엣가시였다. 2014년 트리를 철거한 뒤 승효상이 설계한 생태공원이 2021년 개장한 뒤로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가 됐다.
애기봉 스타벅스가 국내외 스벅 마니아들의 성지가 되면 김병수 김포시장의 기대처럼 애기봉이 관광 핫플레이스로 뜰 수 있다. 관광객의 활력으로 접경지역의 비장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체제 승리의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체제의 문을 걸어 잠그고 남북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을씨년한 수용소 국가와 그 안에 갇힌 동포를 바라보는 착잡한 심경은 커피 향 보다 더 진할 테다.
장소가 특별한 만큼 애기봉 스타벅스는 남북 관계와 휴전선 긴장 수위에 따라 방문객이 들쑥날쑥할듯싶다. 애기봉 스타벅스 매출이 남북 관계 긴장 수위를 보여주는 온도계가 될 수도 있겠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