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곳곳 골프·야구 연습장 붕괴

평택서 제설작업중 직원 사망도

15년간 운영 업주 “처음 있는 일”

“3배 무거워” 안전 강화 목소리

지난달 29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야구 타격연습장이 폭설로 인해 그물망이 붕괴돼 내려 앉아 있다. 2024.11.29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지난달 29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야구 타격연습장이 폭설로 인해 그물망이 붕괴돼 내려 앉아 있다. 2024.11.29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수증기를 머금은 ‘습설’은 골프·야구연습장 등 구멍이 뚫린 그물망 시설마저 속절없이 무너뜨렸다. 이를 계기로 보다 강화된 안전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의 한 골프연습장은 그물망이 붕괴돼 이리저리 뒤엉켜 있었다. 이곳은 폭설에 대비해 천장 그물망을 최대한 내려뒀지만, 밤새 내린 눈을 감당하지 못했다. 연습장 운영자 천모씨는 “전국적으로 골프연습장 그물망이 붕괴된 곳이 많다”며 “눈이 계속 쌓여 휴장하면서까지 그물망 제설에 힘썼는데도 결국 이렇게 됐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수원시 팔달구의 한 야구 타격연습장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천장 그물망이 무너졌고, 그물망이 걸려있던 철근마저 부러지거나 휘어져 있었다. 15년째 이곳에서 타격연습장을 운영해 온 정모(63)씨는 “보통 눈이 오면 그물망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 무너지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며 “쌓인 눈 때문에 그물망이 아래로 축 늘어져 막대기로 쳐서 눈이 빠지게 했는데도, 27일 밤부터는 도저히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쌓이더니 새벽에 결국 무너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일 오후 동일한 타격연습장 천장 그물망이 지난 폭설로 인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다. 2024.1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일 오후 동일한 타격연습장 천장 그물망이 지난 폭설로 인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다. 2024.1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앞서 지난달 27일 오후에는 평택시 도일동의 골프연습장에서 제설작업 중 위쪽의 철제 그물이 붕괴되며 직원 1명이 숨졌고, 지난달 28일 새벽에도 성남시 중원구의 한 골프연습장 그물망이 무너지며 일대에 정전이 발생했다.

각 지자체는 체육시설법에 따라 정부가 만든 매뉴얼을 근거로 연 2회 골프연습장 등의 체육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습설로 인한 피해를 계기로 안전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구 타격연습장의 경우 관련법에 적용되지 않아 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습설은 수증기를 많이 품고 있어 건설보다 3배 가량 무겁고, 쉽게 쌓이는 특성이 있다”며 “야외 체육시설의 제설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