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에서 인구 대비 가정폭력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지난해 112에 신고된 인천지역 가정폭력 건수가 총 1만6천66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인구 10만명당 가정폭력 건수가 555.9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인천여성가족재단은 최근 주최한 포럼에서 ‘친밀한 관계 폭력’이란 제목의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이같이 밝혔다. 친밀한 관계 폭력이란 혼인이나 혈연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 연인 관계 등에서 생기는 교제(데이트) 폭력, 스토킹 범죄를 말한다. 인천은 가정폭력을 포함한 친밀한 관계 폭력이 2020년 2만1천627건, 2021년 2만3천867건, 2022년 2만4천568건, 지난해 2만5천84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정폭력 등의 신고가 많거나 늘고 있다는 통계를 단지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어서다. 가정폭력을 남이 간섭할 수 없는 집안일이라고 여기거나, 신고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고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 참고 견디는 피해자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가해자 처벌부터 강화돼야 한다. 지난해 인천에선 가정폭력 신고의 0.8%(27건)에 대해서만 피의자 구속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28.7%(951건)는 불구속, 21.7%(721건)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고 한다.
가정폭력이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피해자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조사 결과 일부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에게 동정심 등을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 404명 중 35.6%(144명)는 ‘가정폭력 후 가해자가 진심으로 후회한다면 용서할 수 있다’고 했다. ‘가정폭력은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응답도 23.2%(94명)나 됐다.
전국 각 도시에는 여성긴급전화1366, 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 성매매·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기관, 폭력피해이주여성상담소 등 관계기관이 다수 운영 중이다.
가정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이 다변화하고 있다. 또 피해자가 여러 형태의 폭력을 경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관계 기관들의 협력체계부터 시급히 구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