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수도권을 강타한 폭설로 아케이드 천장 지붕이 무너진 의왕시 도깨비시장에서 1일 오후 복구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2024.12.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난달 말 수도권을 강타한 폭설로 아케이드 천장 지붕이 무너진 의왕시 도깨비시장에서 1일 오후 복구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2024.12.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17년 만의 폭설은 그쳤지만, 경기도내 곳곳은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도내 지자체들은 가용인력과 예산을 최대 가동했음에도, 기록적인 폭설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전역에 눈이 쏟아진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예상 밖의 폭설에 도로 제설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용인 47.5㎝, 수원 43.0㎝ 등 갑자기 쏟아진 눈에 경기도민들은 출퇴근 전쟁을 겪었다. 무릎까지 차오른 눈과 얼어붙은 도로에 도내 배달앱과 이커머스 업체들의 라이더와 배송기사들도 멈춰 섰다. 배달망이 끊긴 자영업자들은 강제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이동의 혈관인 도로가 막히니 도민들의 일상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서울에도 최고 40㎝가 넘는 눈이 쏟아졌지만, 신속하게 작동한 제설 대응으로 말끔하게 정리된 대로변의 모습은 경기도 상황과 대조를 이뤘다. 서울시가 올겨울을 앞두고 새롭게 도입한 스마트 제설(제설차 통합관리) 시스템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관제센터 지도로 25개 자치구와 도로사업소 등이 소유하고 있는 제설차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자치구별로 일일이 전화로 현황을 파악했던 비효율적인 방식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덕분에 시간 낭비를 줄이고 자치구간 협업으로 제설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반면에 평균 적설량 26.4㎝ 폭설의 직격탄을 맞은 경기도는 기존의 제설 대응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도는 지난 26일부터 제설 차량 및 장비 1만5천423대, 인력 4만2천418명, 제설제 5.2만t을 투입해 제설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면도로에는 얼어붙은 눈이 쌓여 있고, 눈의 무게를 못 이겨 뒤집힌 신호등도 며칠째 방치됐다. 제설함 안에는 염화칼슘 대신 쓰레기가 들어있고, 부러지고 쓰러질 듯한 나무들이 보행로를 가로막았다. 일부 지자체는 뒤늦게 제설제를 확보하느라 인근 시에 SOS를 보내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흡한 제설에 지자체 홈페이지와 SNS에는 민원이 들끓었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는 변화무쌍하고, 처음 경험하는 이상 기상현상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첫눈 폭설의 피해를 키운 습설이 언제 다시 쏟아질지 불안하다. 기후 대응의 첫 번째 원칙은 유비무환이다. 제설의 골든타임은 눈이 오기 전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군별 각자도생식 기후 대응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도민의 일상을 지켜줄 지자체 간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서울시 제설차 통합관리와 같은 ‘경기도 차원의 통합관리 시스템’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