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에 닭·농작물 방치… 습설에 속수무책

 

공공시설 365건·사유 4537건 피해

김동연, 선집행·후정산 지원 지시

신속재정 기여 공무원 승진 검토

29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에서 한 주민이 폭설로 무너진 비닐하우스의 눈을 치우고 있다. 2024.11.29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9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에서 한 주민이 폭설로 무너진 비닐하우스의 눈을 치우고 있다. 2024.11.29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하루 빨리 옮기지 않으면 지금 여기 있는 닭들 5만수는 모두 죽을 수밖에 없죠.”

2일 안성시 보개면 기좌리 일대의 양계장에는 폭설로 주저앉은 시설 사이로 닭들이 여기저기 활보하고 있었다.

지난달 27일부터 28일 덮친 폭설로 시설이 무너져내려 양계장에 있던 9만여수의 닭 중 4만여수는 황급히 출하했지만 나머지 5만여수는 출하하거나 옮길 곳을 찾지 못해 사실상 방치 상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일 오전 김보라 안성시장, 윤종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과 지난달 폭설로 피해를 입은 안성시 한 양계장을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4.12.2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일 오전 김보라 안성시장, 윤종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과 지난달 폭설로 피해를 입은 안성시 한 양계장을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4.12.2 /경기도 제공

해당 양계장을 운영하는 A씨는 “일단 인원이 없어서 닭들을 다른 데로 못 옮기고 있다. 살릴 기한이 있는데도 못 살리고 있는 것”이라며 “(더군다나)도상에 방치해 놓으면 상품가치가 떨어져서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저희 농장은 만약 농장을 살리더라도 융자로 장기간 해줘도 결국 빚을 다 못갚게 되니 (융자도) 소용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내린 폭설은 축산농가와 농장 비닐하우스, 산업단지 시설까지 가리지 않고 습격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폭설로 인한 피해 신고 건수는 공공시설 365건, 사유시설 4천537건으로 집계됐다.

경기지역에 이틀째 폭설이 이어진 28일 오후 용인시 남사읍 화훼단지 비닐하우스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 앉아 있다. 2024.11.2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경기지역에 이틀째 폭설이 이어진 28일 오후 용인시 남사읍 화훼단지 비닐하우스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 앉아 있다. 2024.11.2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같은날 평택시 진위면 하북리 등지에도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비닐하우스를 짓누르고 있었다.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정병헌씨도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제 토마토를 딸 시기에 하우스가 무너졌으니 작물을 다 버린 셈”이라며 “보험회사는 일단 (무너진 상태에서) 건드리면 보험 피해 접수를 안해주는 것도 문제다. (기후변화로) 11월에 이렇게 습설이 오니 감당을 못한 것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날 현장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특별재난지역 지정 요청을 비롯해 ‘선 집행·후 정산’의 재정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도에서 피해복구를 위한 재정을 집행해도 현장까지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려 복구에 또 다른 장애가 되고 있다. 또한, 풍수해 보험이 실제로 적용되지 않은 사례가 많으니 당장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시에 따라 신속한 재정 집행에 기여한 공무원의 특별승급·승진을 검토할 방침이며 피해 복구에 공헌한 민간 사례에도 포상할 계획이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