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사이 환자 2배 늘어난 암 전단계 ‘자궁경부이형성증’
2018년 기준 1천명당 8명, 전연령 증가
기저질환이 많을수록 발생 위험도 높아
빨라진 性 경험·낮은 암검진율 등 원인
백신접종 80~90% 예방, 인식 확산 중요
자궁 경부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 감염이 주요 원인이다. HPV에 감염된 후 자궁경부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되는 질환을 자궁경부이형성증이라고 하며, 자궁경부암 전 단계로 분류된다. 최근 자궁경부암의 경우 국가 검진과 백신 접종의 활성화로 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자궁경부이형성은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경부이형성증 환자 수는 2009년 1천명당 3.74명에서 2018년 8명으로 10년간 2.14배 증가했다. 특히 10년간 매년 모든 연령대에서 지속해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궁경부암 신규 환자 수는 3천849명에서 3천550명으로 8% 감소했다.
자궁경부이형성증 평균 발생률은 1천명당 5.63명이었고, 연령대별로는 30~34세가 8.53명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45~49세 8.24명, 40~44세 8.08명, 35~39세 8.07명 순이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산부인과 경민선 교수는 자궁경부이형성증 발생률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첫 경험의 나이 감소, 활발한 성생활 증가, 국가 암 검진 확대로 자궁경부암으로 가기 전 이형성증 단계에서의 진단 증가, HPV 백신 도입으로 인한 인식 개선과 자궁경부암 세포검사 기회의 증가를 꼽았다.
세부 분석에서는 기저질환이 많을수록,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궁경부이형성증 발생률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 교수는 “HPV는 감염돼도 대부분 2년 안에 자연적으로 사라지지만 약 10%가량은 잔존해 자궁경부이형성증을 발생시킨다”며 “기저질환이 많은 환자일수록 HPV가 사라지지 않고 자궁경부이형성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을 기회가 더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낮은 자궁경부암 검진율도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20세 이상의 경우 2년 주기로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검진 확대에도 불구하고 2020년 기준 국내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절반이 조금 넘는 56%였으며, 30세 이하 검진율은 20%에 불과했다.
12세 이하는 무료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자궁경부암은 유일하게 원인이 밝혀진 암으로 백신을 맞으면 80~90%의 예방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은 20~30대 청년층에서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데, 젊을수록 암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경 교수는 “자궁경부암의 감소에도 전 단계인 자궁경부이형성증이 지속해서 증가해 주의가 요구된다”며 “자궁경부이형성증 예방을 위해 자궁경부암 검진율을 높이고 특히 HPV 감염에 취약한 기저질환이 있는 여성들에 대해 개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