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3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3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모든 방송사들이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중계했다. 전국민이 순식간에 군부독재 시절로 회귀한 듯한 초현실적인 공포에 휩싸였다. 천만다행으로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에 의해 150분만에 헌법에 따라 해제됐다.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에 집결한 국회의원 190명 전원이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대통령은 야당의 탄핵공세, 예산투쟁을 거론하면서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헌법 제77조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볼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명분인 국회의 체제전복은 터무니 없고,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은 실체가 없다. 헌법이 규정한 계엄 명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계엄을 선포할 법률적 절차인 국무회의도 없었다. 헌법적 사유와 법률적 철차를 모두 벗어난 대통령의 나홀로 계엄이었다.

대통령의 반헌법적 계엄선포에 여야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손을 잡았다. 시민들은 심야에 국회앞에서 계엄해제를 요구했다. 군과 경찰도 계엄선포에 동참하지 않았다. 국회 경내에 착륙한 소수의 계엄군은 대기 상태에서 물러났다. 명분 없는 계엄을 대통령 홀로 말로만 선포한 까닭도 있겠으나, 차마 읽어내려가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은 포고령 1호를 수행해야 할 군·경이 민주적 자제력을 발휘한 것이다.

대통령은 이 사설을 작성 중 4일 새벽 4시 경까지도 국회의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채 종적이 묘연한 상황이고 계엄 동력은 완전히 와해됐다. 대통령은 자신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헌법에 따라 해제한 국회의 요구에 즉각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 국정능력을 의심받는 대통령이 즉흥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민주주의 국가체제와 국민들을 우롱했다. 단순히 정치적인 책임으로 끝내기에는 너무 큰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50분 나홀로 비상계엄 선포로 스스로 전국민의 분노의 대상이 됐다. 대통령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시대착오적 오판의 정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분노와 두려움이 혼재된 밤이 지나고 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