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인천시청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주최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  긴급 기자회견’에서 당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5일 인천시청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주최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 긴급 기자회견’에서 당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을 다시 읽어보자. 시작부터 국회에 대한 반감과 적개심이 농후하다. 국회가 윤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고,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켰다고 했다. 행안부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국방장관 탄핵 시도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했다.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자신이 열거한 국회의 행위를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 논리대로라면 국회는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행위’를 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이다. 국회, 적확하게는 야당의 행위가 헌법 제77조가 정하고 있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된다는 것이 윤 대통령 논리의 귀결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설령 ‘극우’라 하더라도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비약적 논리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부동(不動)의 것으로 보인다. 계엄 해제 이후 총리와 여당 대표를 비롯한 당 중진들과 사태 수습차 만난 자리에서도 ‘비상계엄 선포는 야당의 독주에 대한 경고성 의미’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언론은 전하고 있다.

대통령의 눈에는 더 없는 위협으로 비쳤을지 몰라도 사실 다수 의원을 가진 야당은 주어진 법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힘을 최대로 행사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수의 위력에 정부와 여당은 속수무책 눌렸던 것이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가 아무리 위험하게 여겨져도, 그 당의 대표인 이재명이 아무리 미워도 나라 전체를 이렇게나 뒤흔드는 비상계엄을 선포할 이유나 조건이 되진 못한다. 그게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상식적 판단이다.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헌법상 문제점이 없는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이 느닷없는 국가적 혼란을 조속히 수습할 수 있도록 헌재의 적극적인 판단과 결론이 요구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