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문화는 한류(韓流)로 아시아의 문을 열고, 지금은 K컬처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아우른다. K컬처는 음악·드라마·영화에서 푸드·패션·뷰티·관광·의료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모든 분야에 ‘국뽕’ K를 붙일 기세다. ‘메이드 인 코리아’ K컬처는 문화적 자긍심이자 애국심마저 내포한다.
“아파트 아파트/아파트 아파트/아파트 아파트/Uh, uh huh uh huh”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던 세계인들은 이제 ‘아파트’에 맞춰 댄스 챌린지를 한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2024)가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 올랐다. 기절초풍할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싸이가 빌보드 핫100 2위, 2020년 방탄소년단(BTS)이 잇달아 1위를 찍은 희열을 이미 경험한 이유다. 국경 없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K드라마는 유독 강세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은 2022년 에미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 ‘더 글로리(2022, 2023)’는 38개국에서 시청 1위 신드롬을 일으켰다. ‘눈물의 여왕(2024)’은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에서 2천900만 시청수를 올렸다.
세계인의 K뷰티 사랑은 유별나다. 화장품로드숍은 필수 쇼핑 성지다. 마스크팩부터 색조·클렌징까지 쇼핑리스트를 채운다. 덕분에 화장품 수출도 2014년 이후 9년간 성장곡선을 그렸다. 올해 1~11월 93억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K푸드 열풍의 효자는 단연 라면이다. 라면 수출액은 올해 11억4천만달러로 지난해보다 30%나 증가했다. 여기에 힘입어 K푸드는 올들어 11월까지 9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냉동김밥과 즉석밥, 인스턴트커피도 날개를 달았다. 김치와 김밥은 미국 뉴요커의 기호식품이 됐고, 프랑스 파리에만 한국 식당이 350개에 달한다.
K컬처는 굳이 K를 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존재감이 확실해졌다.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세계인이 즐기는 초국가적 문화 흐름이 됐다. 하지만 지난 3일 밤 선포된 비상계엄이 돌발변수가 됐다. ‘150분짜리 계엄’은 실패로 끝났지만, 글로벌 이미지에는 치명상이다. 하루아침에 ‘여행위험 국가’가 됐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마저 한국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단다. 당분간 한국문화를 체험하려던 여행객들도 발길을 돌릴 판이다. 무모한 계엄으로 K컬처도 직격탄을 맞았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