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12.8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12.8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에 가로막힌 비상 정국에서 행정부를 통할할 유일한 헌법기관이 국무총리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주말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면서 국정 안정 대책을 당과 정부에 맡기겠다고 했다. 어제 한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해 국정에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정부는 국민의 뜻에 따라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며 현 상황이 조속히 수습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에 대해 “정부·여당의 제2의 내란 획책”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대통령 권한의 총리·여당의 공동행사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사실상 ‘대통령 유고’ 상황이다. 최소한의 선에서 정부 기능은 작동해야 하고 이를 수행할 현실적인 국가기관은 국무총리뿐이다. 대통령이 내란의 수괴로 몰려 수사의 대상이 된 시계 제로의 정국에서 한 총리의 역할과 책무를 열어주는 비상조치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한 총리도 대통령 유고 상태가 헌법 절차에 따라 해소될 때까지의 최소한의 역할임을 잘 알 것이다. 한 총리가 할 일은 국회와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탄핵소추안을 될 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야권과 윤 대통령의 2선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점진적 퇴진’을 꾀하는 여당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한 총리가 수행해야 할 중대한 역할이다. 야당이 국가 보전을 위한 최소한의 임시방편에 아량을 베풀고, 여당은 한 총리를 당에서 분리시켜야 한다.

가까운 과거에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두 번의 국가위기가 있었다. 지난 2004년과 2016년의 탄핵사태다. 사태가 진정된 이후의 행보가 어떠했든 당시 고건 총리와 황교안 총리는 저마다 자신의 경륜을 바탕으로 대통령 리더십의 공백을 잘 메워냈다.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 선포 자체를 온몸으로 막아내지 못한 과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총리 또한 대통령에게 계엄 즉각 해제를 건의하고, 이후 행정부의 최고책임자로서 첫 공식 메시지를 내면서 책임의 통감과 함께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이 혼돈의 정국을 최대한 질서 있게 대응해 나가기 위해 한 총리가 해야 할 일이 결코 작지 않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