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는 표결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역시 세 번째 재의결에서도 통과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철벽 방어가 주효했다. 이 과정에서 집권 여당은 탄핵 표결에 참가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의원들의 자유투표를 봉쇄했다.
그렇다고 탄핵 정국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정부와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어떠한 구체적 로드맵도 나온 게 없다. 오히려 행안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직무를 수행해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자초했다. 비상계엄으로 발생한 정치적 혼란의 수습과 스스로의 거취를 당에 맡긴다는 건 당을 방패막이로 삼아 임기를 연장하려는 편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 일각에서 ‘질서 있는 조기 퇴진’과 책임총리, 거국내각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의 대통령 담화로 이미 대통령은 2선으로 후퇴했으니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퇴진의 혈로를 열어주고, 야당과 거국내각을 구성하면 혼란을 수습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야당이 이를 받을 리 만무하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권한을 남용하여 국회를 범한 대통령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모호함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한 방책이다. 리더십의 소재가 분명치 않고, 현직 대통령이 직을 유지하는 한 언제든지 대통령의 권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국내각과 책임총리도 국정 최고책임자가 국민에게 최소한의 신뢰를 받고 있을 때 가능한 논리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매주 표결에 부쳐질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탄핵정국은 계속될 것이고 정치는 물론 사회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탄핵안이 의결된다고 해도 진영 간의 대결은 물론 정치적 불확실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걸리는 시간과 현재 헌재 재판관이 6명인 상황에서 심판이 가능한지 여부도 정쟁의 대상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당은 탄핵저지로 시간을 벌어 실현할 정치적 이익을 고려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은 시간을 벌어 얻을 이익이 없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만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