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아리셀 참사로 구속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 측이 지난달 재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으나, 9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이 다수의 증인을 신청하면서 앞으로 검찰과 박 대표 간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고권홍)는 이날 중대재해처벌법·파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박 대표 등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은 본격적인 공판 전 마지막으로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를 피고인 측과 확정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검찰은 박 대표를 포함해 총 27명의 증인을 신청, 증인신문을 통해 아리셀 참사 책임자에 대한 혐의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검찰은 “증인신문 순서에서 피고인 박순관의 소요시간이 20분이라고 적혀있지만, 40분 이상으로 소요될 것 같다”며 다가올 재판에서 박 대표의 중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박 대표 측은 검찰이 제시한 메신저 대화 내용 증거에 대해 수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대표 측 변호인은 “메신저를 전부 제출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현재 제출된 메신저 내용은 검찰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만 정해서 보여준 것”이라며 “검찰에서 필요로 하는 것만 선별하고 편집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선별한 내용만 보여주는 것은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말해 재판부가 메신저 내용 전체를 봐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을 끝으로 내년 1월6일 오후 2시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한다. 방청석에 있던 유가족들은 다음 재판이 내년으로 확정되자 탄식을 쏟아내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한편, 재판 1시간 전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은 수원지법 인근에서 박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유가족 이모(54)씨는 “박 대표가 아들 박 총괄본부장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있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하루 빨리 아리셀 책임자들의 잘못이 밝혀지길 바라고, 자신들의 죄를 뉘우쳤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는 이날 재판 이후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 법률지원단 손익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재판 절차가 길어지는 것은 23명의 노동자를 살인하고도 박순관과 박중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박순관의 구속 기간이 만료 되더라도 꼭 다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재판부에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24일 오전 10시30분께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다른 임직원 등 6명과 아리셀을 포함한 4개 법인도 불구속 기소됐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