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있는 조기 퇴진론이 내용을 갖추지 못하면서 법률적 비판과 여론의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 7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에 불참함으로써 대통령 탄핵을 정족수 미달로 무산시켰다. 한동훈 대표는 다음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공동담화에서 “질서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께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세우겠다”고 대통령 탄핵 불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질서있는 퇴진론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의사 결정은 9일 ‘정국 안정, 국정 지원, 법령 검토·지원 담당 태스크포스(TF) 구성’이 전부다. 당장 대통령의 사퇴 및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민심의 요구와 거리가 멀다. 질서있는 퇴진 과정에서의 국정 주체를 한동훈-한덕수 중심의 당정협의로 자임한 것은 야당의 주장대로 헌법 위배의 소지가 크다. 헌법이 정한 탄핵 말고 질서있는 퇴진론을 실현할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 하야다. 대통령 하야 시점과 당적 박탈이 빠진 질서있는 퇴진론은 공허하다.
질서있는 퇴진론의 정치적 배경은 선명하다. 탄핵의 시계보다 퇴진론의 시계를 느리게 작동시켜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정국에서 운신할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당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조기에 대선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 질서있는 퇴진론에 담긴 정략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아예 한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의 직무배제는 정치적 의미이지 엄연히 헌법적·법률적으로 직무배제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 대표의 대통령 직무배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나마 한 대표가 비상계엄 직후 18명의 여당 의원과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비상계엄해제요구안에 동참하면서 겨우 숨통을 틔워놓은 국민의힘이다. 한 대표가 계엄군의 체포대상이 된 것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절연할 명분이었다. 그런 한 대표가 억지춘향격으로 동의한 질서있는 퇴진론을 친윤계는 정략적인 시간 벌기로 변질시키고 이를 숨기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현 상황에서 명심할 것이 있다. 어떠한 정치적 전략과 정략적 전술도 비상계엄의 원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로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덮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제 아무리 신묘한 정국수습 방안을 내놓아도 대통령을 안고 가면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결과는 같은 시국이다.
민주당은 매주 탄핵표결을 강행하고 한 총리 탄핵도 압박한다. 검찰, 경찰, 공수처가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 주동자 수사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대통령은 출국금지됐다. 국민의힘은 탄핵보다 빠르고 확실한 질서있는 퇴진 방안을 즉각 내놓지 못하면 대통령과 함께 순장될 수 있다. 보수의 대의를 위해서라도 대통령과 즉각 절연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