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尹 질서있는 퇴진’ 시간끌기
야당은 각료 탄핵 추진·특검 압박
예산안 단독처리 전방위 공세까지
국회 상임위 고성·삿대질로 ‘얼룩’

‘영상 5.3도(맑음), 미세먼지 보통’.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난주의 영하 날씨는 풀렸지만, 여의도 정치권의 기온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여야는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으나, 해결책보다는 갈등만 키우며 정쟁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국민들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으며, 확인되지 않은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까지 겹쳐 국회 상임위는 고성과 삿대질로 난장판이 되었다. 국가적 위기를 자초하는 이들의 모습은 혼란만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질서 있는 대통령 임기 단축으로 시간 끌기에 급급했고, 탄핵에 실패한 야당은 이 와중에도 각료 탄핵 추진에 특검·상설특검, 예산안 단독 처리라는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비상의원총회, 중진 회동 등을 잇달아 열어 대통령 퇴진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 ‘퇴진 로드맵’ 마련에 나섰지만 백가쟁명만 무성한 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선 하야-후 개헌’ 주장과 함께 오는 14일로 예정된 2차 탄핵투표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다만, 이날 당 지도부는 정국 안정, 국정 지원, 법령 검토·지원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원내지도부 공백 상황이 이어지며 야당의 몰아치는 탄핵·특검·예산안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오는 12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민주당의 파상공세는 거침 없었다. 지난 7일 탄핵안 무산에 대해 여당에 융탄폭격을 가하며 오는 14일 두번째 탄핵안 표결에 나선다. 추가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안을 10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12일 표결하기로 했다. 10일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둔 감액예산안도 처리할 예정이다.
이와관련,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중단된 내년도 예산안 협조를 요구했지만, 우 의장은 ‘대통령 직무정지를 위한 여야 회담’을 통해 예산안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국회는 여야 간 고성과 난타전으로 얼룩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내란 혐의 등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는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 심사를 위해 열린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에서 느닷없이 탄핵소추안에 당론으로 반대하며 집단 퇴장한 것을 두고 여야가 서로 삿대질과 고성을 지르며 낯뜨거운 현장을 연출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의 사상 초유의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용산 대통령실은 여전히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수도권 대학의 한 교수는 “여야 간 정쟁이 심화되면 사회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헌법에 따른 절차와 국민적 공감대를 수반해 정치적 대립이 사회적 혼란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신속한 협상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