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최정예 특수부대들이 12·3 비상계엄에 동원됐다. 최정예 특수부대가 마주한 건 적국의 요인이 아닌 비무장 국민이었다. 부당한 명령과 민주주의 의식이 충돌했다. 하지만 현명한 군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하고 태업성 항명을 선택했다.

국군방첩사령부 대원들은 계엄 당시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서버를 확보하라는 명을 받았다. 한 소령이 반발하기도 했지만, 부대원들은 상관의 강압에 마지못해 이동했다. 하지만 선관위 도착 후에도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등 고의로 시간을 지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고, 선관위 진압은 성과 없이 종료됐다. 서버 등 반출된 물품은 하나도 없었다.

707특수임무단 197명은 헬기 블랙호크 12대를 나눠 타고 이륙했다. 3일 밤 11시 48분 대북 작전인줄 알았는데 목적지는 수도 서울 국회였다. 상부의 명령에 따라 국회 본청과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적국 수뇌부 암살에 특화된 707이 총기를 들고 우리 국회를 진압해야 한다니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국회 직원과 의원 보좌진은 사무실 집기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격렬하게 대응했다. 자칫 유혈사태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아찔한 순간이었다. 격렬한 몸싸움은 있었지만, 군인들은 무력 사용을 자제했다. 대원들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고 어쩔 수 없이 유리창을 깨고 본청에 진입했다. 작전에 투입된 한 대원은 “마음만 먹었으면 10~15분 내에 정리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일부러 뛰지 않고 걸어 다녔다”고 고백했다.

군 최고통수권자의 내란 시도는 ‘계엄군’이라는 주홍글씨로 군복의 명예를 더럽혔다.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은 “하루아침에 계엄군으로 만들었다”며 분노했다. 최정예 부대원들에게 비무장 자국민을 진압하라는 명령은 죄책감과 회의감을 남겼다. 군인들의 사기에 치명상을 입혔다. 처우개선으로 조금씩 회복되던 군 초급간부 수급도 걱정이다. 계엄 사태의 후유증으로 안보와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 이럴 때일수록 전선의 국방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고,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의 사기는 지켜져야 한다. 707 단장은 “부대원은 전 국방장관에 이용당한 피해자”라며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이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비정상 대통령이 벌인 짓이 참담하다.

/강희 논설위원